은행 대출 총량 관리 들어가자 신용대출 하루 2400억원 줄어

입력 2020-09-20 10:26 수정 2020-09-20 11:26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금으로 투자) 열풍과 함께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어가자 은행권이 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갔다. 이미 대출받을 사람은 다 받은 데다 금융 당국으로부터 대출이 지나치게 많다는 경고를 받은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인 영향이다. 신용대출이 하루에만 2400억원 이상 줄어드는 등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지난 17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26조89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날(16일) 126조3335억원에 비해 하루 사이 2436억원이 줄어들었다.

지난 16일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신용대출 잔액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11일 125조1973억원에서 16일 126조3335억원으로 3일 만에 1조1362억원이나 증가했었다. 일별 증가액만 14일 5179억원, 15일 3448억원, 16일 2735억원에 달했다.

금융 당국과 시중은행이 잇따라 회의를 가지면서 신용대출 규제가 임박했다는 시그널이 나왔고, 이에 기존 투자자금 및 생활자금 수요에다 일단 최대한 신용대출을 받아두겠다는 가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시중은행 부은행장(여신담당 그룹장급)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최고 200%에 이르는 신용대출 소득 대비 한도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16~17일 사이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면서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 몸사리기에 들어갔다. 자율적인 신용대출 관리방안 차원에서 시중은행이 우대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식이다. 이에 신규 대출이 주춤해졌고 상환까지 이뤄지면서 신용대출 잔액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권에서는 은행들의 신용대출 관리 강화 현상이 추석 전후 우대금리 및 한도 축소 등의 조처로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시중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은 오는 25일까지 금감원에 신용대출 관리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25일 이후 비공식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지적하거나 기본 가이드라인(지침) 등을 제시할 전망이다. 이후 협의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관리가 시작된다. 일정상 추석 전후 신용대출 금리와 한도 등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우대금리를 축소해 신용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과 특수직(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포함)에게 연소득의 최대 200∼270% 인정되던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