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과일 와르르… 차에서 내린 사람들

입력 2020-09-19 20:51
도로에 떨어진 배 줍는 시민. 송영훈씨 제공, 연합뉴스

운전 중 앞서 가던 트럭에 실려있던 과일들이 와르르 굴러 떨어진다면.

상상해보세요.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라면, 망설임 없이 차문을 열고 내릴 겁니다. 당황한 트럭 주인이 과일을 주워담는 걸 도와주기 위해서 말이죠.

19일 경기 안성시 한 도로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오후 4시쯤 중부고속도로 일죽 톨게이트 진입로 부근에서 A씨가 몰던 화물차가 좌회전을 하다가 중심을 잃으면서 짐칸에 실린 배 상자 수십 개가 도로로 떨어진 것이죠.

차량이 옆으로 넘어지진 않아서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도로 위는 여기저기 나뒹구는 플라스틱 상자와 배들로 난장판이 됐습니다. A씨는 놀라고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몰랐겠죠.

그때,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이 하나둘 차에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10여명이 함께 손을 보탰다. 여럿이 함께 치우니 약 30분 만에 상황은 정리됐습니다. 도로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말끔해졌고요.

정리된 배 상자. 송영훈씨 제공, 연합뉴스

목격자 김지호씨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들 묵묵히 정리를 도왔다”며 “2차 사고 없이 잘 마무리돼 다행”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만약 그때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도로는 몇 시간이고 정체돼 있었을 테고, 모두에게 짜증스럽기만 한 상황이 됐을 테죠. 이처럼 ‘함께’ 힘을 모은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없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