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환자 비중이 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의 비중은 지난달 중순 이후 점차 높아진 뒤 최근에는 계속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차 누그러지고 있음에도 이처럼 감염 경로 불분명 환자 비율이 연일 20%대를 나타내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2주간 방역당국에 신고된 신규 확진자 1883명 가운데 감염 경로를 조사 중인 사례는 530명으로 28.1%에 달했다. 10명 가운데 약 3명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염됐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방역당국이 지난 4월부터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의 비중은 지난 15일부터 일별로 25.0%→25.4%→26.4%→26.8%→28.1% 등으로 연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자동차공장, 병원, 요양기관, 교회 등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산발적 집단감염이 잇따르는 데다 매일 100여명씩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점차 감염 경로를 확인하는 게 힘들어지는 모양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감염원과 접촉자를 최대한 빨리 찾아 격리하는 게 중요함에도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의 비율이 계속 높아지면서 2, 3차 감염으로 이어지는 전파 고리를 끊어내는 것 역시 힘들어고 있다. 특히 인구 이동량이 많은 추석 연휴(9월 30일~10월 4일)를 기점으로 확산세가 더 거세질 수도 있어 방역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하루 확진자가 감소하고 있으나 감소 추세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번 추석이 감염 확산의 도화선이 되지 않도록 고향 방문과 여행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에서는 감염 경로 불분명 환자의 비율도 주요 지표 중 하나로 고려되는데 1단계의 기준은 ‘5% 미만’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로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