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돋보기] 참치, 연어 너무 자주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

입력 2020-09-19 10:21 수정 2020-09-19 11:13
국민일보DB

수은이 직업적 노출 아닌 일상에서의 저농도 만성 노출로도 고지혈증 발생과 간 수치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인 4명 가운데 1명에서 혈중 수은이 건강 영향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 모니터링 결과 보다 3~5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일상에서 연어나 참치, 상어 등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생선류 섭취가 몸 속 수은 농도 증가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를 통해 수은에 고농도로 노출되면 신경계에 독성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상적인 노출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뚜렷하게 밝혀진 바 없다.

아주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박재범 교수·이승호 연구강사는 서울대 김성균 교수, 세종대 김진희 교수 등과 함께 2012~2014년 전국에서 표본 추출한 성인 6454명 대상 국민환경보건기초조사 자료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의 평균 혈중 수은 농도는 3.11㎍/ℓ였고 4명 가운데 1명(25%)은 수은의 건강 영향 기준치(HBM-I, 5㎍/ℓ) 즉, 이상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최고 농도를 초과했다.

이런 혈중 수은 농도는 미국 NHANES, 캐나다 CHMS, 독일 GerES 등 선진 국가가 주도한 바이오모니터링 결과와 비교해 3~5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한국인은 일본인과 함께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연구팀은 “한국인의 혈중 수은 농도는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선진 국가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박재범 교수는 19일 “생선 섭취로 수은이 체내에 들어오면 ‘메틸화’되어 가장 독성이 높은 ‘메틸 수은’ 형태로 변하기 때문”이라며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생선류 즉, 상어 참치 연어 등은 너무 자주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메틸화는 유기화합물에 ‘메틸기(-CH3)’가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어류속 미생물에 의해 유기물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수은에 메틸기가 결합한 ‘메틸 수은’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전체 대상자 6454명을 고지혈증 여부, 간 수치에 따라 그룹을 나눠 혈중 수은 농도를 비교했다.
혈중 지질 검사(총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를 분석한 결과 전체 대상자 중 57.3%(3699명)가 고지혈증으로 확인됐다. 고지혈증 그룹에서 남성의 평균 혈중 수은 농도는 4.03㎍/ℓ, 여성은 2.83㎍/ℓ이었다. 정상 집단의 남성은 3.48㎍/ℓ, 여성은 2.69 ㎍/ℓ로, 고지혈증 집단의 혈중 수은 농도가 유의하게 높았다.

또 간 기능 검사(ALT, AST, GGT) 분석결과 대상자 중 18.4%(1189명)가 간 수치 상승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평균 혈중 수은 농도는 남성 4.36㎍/ℓ, 여성 3.25㎍/ℓ였다. 정상 집단의 남성은 3.64㎍/ℓ, 여성은 2.70㎍/ℓ로, 역시 간 수치 상승 집단의 혈중 수은 농도가 정상 집단에 비해 높았다.

특히 성별, 나이,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흡연, 음주 등과 함께 개인별 복용약의 영향을 고려한 뒤에도 혈중 수은이 1㎍/ℓ 증가할수록 고지혈증 발생과 간 수치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각각 11%, 35% 증가함을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직업적 노출이 아닌 일반 인구집단, 즉 일상에서 저농도의 만성적 수은 노출로도 고지혈증 발생 등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밝힌 것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독성(Toxics)’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