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 전격 제명에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한 이유

입력 2020-09-19 06:08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재산신고 누락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김홍걸 의원을 전격 제명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의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는 비례대표로 선출된 김 의원이 스스로 탈당하지 않는 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8일 저녁 긴급 브리핑을 열고 “윤리감찰단장인 최기상 의원이 국회의원 김홍걸에 대한 비상징계 제명을 대표에게 요청했고 최고위가 이를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제명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최 수석대변인은 “김 의원이 감찰 업무에 성실히 협조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고 당의 부동산 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부동산 다(多)보유로 당의 품위를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또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 사유가 있거나, 그 처리를 긴급히 하지 않으면 당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인정하는 경우 최고위 의결로 징계 처분을 할 수 있다”며 “최고위를 긴급히 소집해 제명을 결정했다. 최고위는 비상징계와 제명 필요성에 이의 없이 동의했다”고 부연했다.

비례대표인 김 의원은 탈당한 경우 의원직이 박탈되지만 당에서 제명됐기 때문에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최 수석대변인은 “본인의 탈당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제명이 확정된 것인 만큼 별도의 이의제기 절차도 없다. 완전히 혐의를 벗어났을 경우에는 (복당을)당에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재난 논란에 휘말렸다. 다주택자인 데다 중앙선관위나 국회사무처에 신고하지 않은 재산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2016년 6월부터 12월까지 반년 동안 아파트 2채와 분양권을 사들였고, 이 중 10억원대 아파트 분양권을 지난 4·15 총선 당시 재산신고에서 누락해 논란이 일었다.

총선 뒤 강남 아파트 2채 중 1채를 매각하는 대신 아들에게 증여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아파트의 전세금을 4억원 올려 받기도 했다. 배우자 소유의 상가 지분도 전부 갖고 있으면서 일부만 보유하고 있다고 허위 신고했다. 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이면서 ‘남북 경협 테마주’로 분류되는 현대로템 주식을 1억원 넘게 보유해 이해 충돌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아내가 재산을 관리해 몰랐다” “재산 신고 누락은 등기부 등본을 잘못 기재한 보좌진의 실수다”라고 해명했었다. 김 의원의 재산은 시세로 치면 1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월급을 받는 직업을 가진 적 없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증언이다. 이를 감안하면 재산의 출처 또한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게다 최근 김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남긴 동교동 사저와 노벨 평화상 상금 8억원 가량을 자기 몫이라고 주장하며 형 김홍업씨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 안팎에선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제1부속실장을 지낸 김한정 의원은 18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최규선 게이트’를 거론하며 김 의원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김홍걸 의원을 비판하는 칼럼을 공유하며 “오늘 아침 신문 칼럼을 보고 참으로 마음이 착잡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칼럼에는 18년 전 ‘최규선 게이트’ 당시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비밀리에 미국으로 건너가 김홍걸 의원에게서 뇌물수수 사실을 확인 받았다는 내용이 있는데 김한정 의원은 이 핵심관계자가 바로 자신이었다고 털어놨다.

김 의원은 “2002년 김대중 대통령 임기 말 사업가 최모씨가 대통령 3남에 돈을 대고 여러 이권에 개입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왔다”면서 “김 대통령은 당시 제1부속실장으로 곁을 지키던 제게 로스앤젤레스(LA)에 머무르고 있는 3남 홍걸 씨를 만나보고 오라고 명하셨다”했다.

그러면서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홍걸 씨는 입을 열었다. ‘액수는 차이가 있지만 수차례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청탁을 들어준 일은 없다’ 바로 돌아와 보고 드렸다”면서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자신의 보고를 받고 크게 상심했다고 회상했다. 김 의원은 “그때 대통령님의 낙담과 충격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속이 타던 여사님은 눈물을 보였다”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김홍걸 의원에게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홍걸 의원이 처한 사정에 대해 변호하고 옹호할 수 없는 상황이 한탄스럽다. 집을 여러 채 구입했는데 납득할 설명을 못 하고 있다”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김대중 대통령님과 이희호 여사님을 존경하고 따르던 많은 분의 실망과 원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다리면 피할 수 있는 소나기가 아니다. 김홍걸 의원이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적었다.

김 의원의 이런 비판이 나온지 몇 시간 뒤 이낙연 대표는 긴급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의원 제명을 의결했다. 김 의원 제명 징계는 이 대표의 전당대회 공약에 따라 지난 16일 본격 가동에 들어간 당 윤리감찰단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김 의원은 부친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토대를 닦은 당에서 사실상 쫓겨났으며 김 전 대통령이 발탁해 정계에 입문한 이낙연 대표의 전격적인 결단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민주당의 이같은 제명 결정에도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여당의 김 의원 제명 결정 직후 “국민을 기만한 김 의원의 행태가 단순히 제명 조치만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 당적만 없어질 뿐 의원직은 유지된다. 때문에 ‘꼬리 자리기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의원직이 유지되는 만큼 김 의원이 마땅히 책임지는 결과라고 할 수 없다”며 “김 의원은 추한 모습으로 부친의 명예에 누를 끼치지 말고 의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