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부담’ 우려에 ‘파사현정’으로 답한 문 대통령

입력 2020-09-19 05:00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청산과 관련해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의 정신이 있는 만큼 적폐청산 자체를 불교계도 반대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불교계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연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이같은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간담회를 마친 뒤 연 브리핑에서 대한불교관음종 총무원장인 홍파 스님이 “적폐 청산을 좋게 생각하는 국민도 많지만,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는 여론을 전하자 문 대통령이 이같이 답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그(적폐 청산) 때문에 야기된 갈등, 분열 이런 게 염려돼 통합 조치가 이뤄지길 바라는 말씀 아니신가 한다”고 해석하면서 “그런 방향으로 협치, 통합된 정치를 위해 나아가려 한다”고 덧붙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협치나 통합은 정치가 해내야 할 몫인데 잘못하고 있다”면서 “정치에서 갈등이 증폭되다 보니 심지어 방역조차 정치화됐다”고 지적했다.

“방역에는 그야말로 온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야 하는데, 일각에서는 방역을 거부하거나 왜곡하는 일이 일어난다”고 한 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정치 갈등이 이어져 일어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하지만 통합은 절실한 과제”라며 “통합을 위해 불교계도 역할을 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친 뒤 대한 불교 조계종 종정 진제 대선사의 친필 휘호를 불교계 지도자들과 같이 관람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조계종 종정인 진제 대선사가 친필로 ‘만고휘연(萬古徽然, 무한 세월 동안 영원히 광명함)’이라고 쓴 휘호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는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자는 취지다.

원행 스님은 휘호를 보면서 문 대통령에게 “만고에 길이 빛나는 대통령이 되시라는 뜻”이라고 설명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그렇게 돼야겠지요”라고 답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주요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도 “지금 국가적으로 아주 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 어느 때보다 협치가 중요하게 됐다”며 협치 복원을 위한 노력을 역설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