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검사 기준을 완화했다가 논란과 비판이 이어지자 결국 이를 철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시각으로 18일 CDC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과 최소한 15분간 긴밀히 접촉했더라도 증상이 없다면 당신이 고위험군이거나 의료 종사자가 아닌 한 꼭 검사받을 필요는 없다”는 개정된 검사 지침을 뒤집어 이들도 “검사받을 필요가 있다”고 변경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4일 CDC 홈페이지에 올라온 새 검사 지침은 증상이 없더라도 코로나19 환자 또는 감염 의심자와 긴밀히 접촉했다면 검사를 받는 게 적절하다는 종전 권고를 뒤집은 것이었다. 당시 새 지침은 곧장 의료·과학계의 반발을 샀다.
조지워싱턴대학 공중보건 교수 리애나 웬은 “이것(검사)은 감염자의 접촉자 추적에 핵심이다. 특히 전체 감염의 최대 50%가 증상 없는 사람들 때문이라면 왜 지침이 바뀌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이 지침이 어떻게 해석될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무증상자에 의한 전파는 큰 걱정거리가 아니란 부정확한 추정을 하도록 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CDC의 협력 기관인 미국전염병학회(IDSA)조차 회원들에게 무증상자도 계속 검사하라고 권고했다. 코로나19 검사 축소로 이어질 검사 지침 변경은 코로나19 환자를 줄이기 위해 검사를 덜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어서 의혹을 낳았다.
실제 NYT는 전날 새 검사 지침이 CDC의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HHS)와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가 작성해 곧장 CDC 게시판에 게시됐고, 통상적인 엄격한 과학적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 새 코로나19 검사 지침이 CDC 내 과학자들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CDC 홈페이지에 올라갔다고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러다 보니 이 지침에는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라고 해야 할 것을 ‘코로나19(병명) 검사’라고 쓰는 등 과학적으로 기초적인 실수가 담겼다는 것이다. 미국공중보건진단검사실협회(APHL) 스콧 베커 이사장은 CDC가 지침을 원래대로 되돌린 것에 대해 “과학과 증거가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것을 보니 좋다”고 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