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났다던 형제, 여전히 의식 불명… “확인과정 실수”

입력 2020-09-18 19:19 수정 2020-09-18 19:36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외벽이 17일 오전 검게 그을려있다. 연합뉴스

둘만 남은 집에서 라면을 끓이다 불이나 중태에 빠진 초등학생 형제가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 닷새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18일 오후 한때 형과 동생 모두 의식을 회복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인천시 미추홀구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발생한 화재로 크게 다친 A군(10)과 B군(8) 형제는 이날까지 서울 모 화상 전문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A군은 온몸의 40%에 3도 화상을, B군은 다리 부위에 1도 화상을 입었다. 또 검은 연기를 많이 흡입한 탓에 자가 호흡 역시 힘든 상태다.

B군의 경우 전날 호흡 상태가 다소 나아졌고 자가 호흡 가능 여부를 보기 위해 잠깐 산소호흡기를 제거했었다. 그러나 재차 호흡이 불안해져 형과 함께 계속 중환자실에 머물고 있다. 상태가 위중한 A군도 화상 정도가 심해 의료진이 수면제를 투여하고 치료 중이다.

인천시와 미추홀구는 애초 이들 형제가 의식을 되찾고 B군은 전날 일반병실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계부서가 형제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가 전달됐다”며 정정했다.

형제의 어머니 C씨(30)가 연락 두절 상태라는 일부 언론 보도 역시 잘못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이날도 아이들이 입원한 병원에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C씨가 어제부터 전화를 안 받은 것은 맞지만 비판 보도로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그의 가족과는 계속 연락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는 지난 14일 오전 11시16분쯤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도시공사 임대주택인 4층짜리 빌라 2층에서 발생했다.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났고, 형제가 119에 신고했다.

당시 이들은 급박한 상황에 정확한 위치를 말하지 못한 채 “살려주세요”만 외친 채 전화를 끊었다. 소방 당국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현장을 찾았고 중상을 입은 형제를 발견했다.

불길이 번지자 형이 동생을 감싸 안았고 그로 인해 상반신에 큰 화상을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형은 전신에 3도 화상을 동생은 다리 부위에 1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형제의 어머니가 자녀를 방치하고 학대해왔다는 진술이 나오기도 했다.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형제의 친모 C씨(30)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지난달 검찰에 송치됐다. 자녀를 신체적으로 학대하고 방임한 혐의다.

그는 화재 전날부터 당일까지 아이들만 집에 두고 외출한 상태였고 경찰 면담에서 “지인을 만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웃 주민들은 2018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세 차례나 관계 당국에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신고를 했다. C씨는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를 앓는 A군을 수차례 때린 적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