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구 13% 부자국가들, 이미 코로나백신 51%샀다”

입력 2020-09-18 11:36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일부 ‘부유 국가’ 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상 공급량의 절반을 이미 확보했다고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이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옥스팜은 과학 분석업체인 에어피니티 자료를 토대로 임상시험 3단계의 코로나19 백신 후보 5종에 대한 계약 내용을 분석한 결과 53억회분의 계약 물량 중 27억회분을 미국, 영국, 호주, 홍콩, 마카오, 일본, 스위스, 이스라엘,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이 샀다고 전했다.

옥스팜은 이어 “이들 국가는 전 세계 인구의 13%밖에 안 되지만 백신의 예상 공급량의 51%를 사들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이들 나라가 코로나19 백신 시장을 장악했다고 비판했다.

이들 국가가 사들이고 남은 26억 회분은 인도와 방글라데시,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이 구입했거나 이들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옥스팜은 이어 임상시험 3단계에 들어간 5종의 백신 후보가 모두 성공해도 백신 부족 현상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옥스팜은 이어 현재 백신 개발 선두주자인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해 러시아의 가말리야,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 중국의 시노백 등 5곳이 모두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예상 공급량은 총 59억 회분으로 1인당 2회분을 가정할 때 전 세계 30억 명만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여기에 5개 백신 후보 모두가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도 작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백신 공급 부족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옥스팜은 이런 상황에서 돈벌이에 나선 일부 제약사들이 일부 부유한 국가만을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옥스팜의 로버트 실버먼은 “생명을 구하는 백신에 대한 접근성이 어디에 사는지, 돈이 얼마나 많은지에 달려서는 안 된다”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개발과 승인도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이 사용하고 값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인도 세럼인스티튜드(SII)의 아다르 푸나발라 소장은 2024년까지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백신이 2회분이라면 150억 회분 이상이 필요하다”면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할 때까지 4~5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