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8살 초등학생 형제가 부모가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불이나 중태에 빠졌다. 이들 형제는 몇 년 전부터 친모의 구타와 폭언, 방임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돌봄 교육을 받을 수 있었는데도 친모의 반대로 방치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형제의 엄마는 화제 전날부터 지인을 만난다며 집을 비웠고, 형제는 결국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가스렌이지를 조작하다 변을 당했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초등생 A군(10)과 B군(8) 형제의 어머니 C씨(30)는 지난 16일 A군 형제가 이송된 한 병원에서 “화재 당시 어디 있었느냐”는 경찰관의 물음에 “지인을 만나고 있었다”고 답했다.
또 C씨는 화재 당시 현장에서 소방관 등에게 “어제 저녁에 집에서 나갔다”고 말했다.
이들 형제는 지난 14일 오전 11시10분쯤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일어난 화재로 중상을 입었다. 특히 형인 A군은 동생을 껴안아 보호하면서 전신 40%에 3도의 심한 화상을 입었다. 동생 B군은 상태가 다소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화재 발생 10여분이 지난 뒤에서나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은 C씨가 오랜 시간 집을 비운 사이 화재가 발생해 아이들이 크게 다친 점을 고려해 방임 혐의 수사에 착수할지 검토하고 있다.
C씨는 2018년과 지난해에도 형제를 자주 방치해 3차례나 경찰에 신고되기도 했다. 특히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ADHD)를 앓는 큰아들을 때리기까지 해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 및 방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한편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불이 난 빌라 내부를 정밀감식하는 등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부엌에서 음식물을 조리하던 중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한다”며 “외부요인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현재까지 없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