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밀 누설’ 이태종 前법원장 1심서 무죄

입력 2020-09-18 11:10
법원 내부 비리에 대한 수사 확대를 저지하려 수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서부지방법원장 재직 당시 소속 직원들이 연루된 비리 사건의 확대를 막기 위해 수사기밀을 빼돌려 법원행정처에 건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래니)는 1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법원장은 2016년 8월~11월 서울서부지법 소속 집행관사무소 사무원의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사건 확대를 막기 위해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를 받고 있다. 또 법원 직원에게 영장청구서 사본과 수사를 받은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 등을 입수해 보고하게 한 혐의(직권남용)도 있다. 보고받은 내용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5차례 걸쳐 전달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임 전 차장으로부터 수사확대 저지 지시를 받았다는 걸 인정할 자료가 없고 관련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법원장으로서 철저한 감사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법원이 자의적으로 수사를 저지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 등 증거에 의하더라도 수사확대 저지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선고가 끝난 뒤 이 전 법원장은 “30년 넘게 일선 법원에서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재판해온 한 법관의 훼손된 명예가 조금이라도 회복돼 기쁘다”며 “그동안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이 전 법원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전 법원장이 헌법상 영장주의의 취지를 오염시켰고 신뢰를 훼손했으며 조직 보호를 위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점에서 범행이 매우 중대하다”며 “그런데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전 법원장 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는 대부분 증거능력조차 없는 것이라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위해 쓸 수 있는 증거가 거의 없다”며 “집행관 사무소 비리는 행정처 보고가 필요한 것이고 당연한 의무라고 하는 등 정당한 목적이 있었지만 검찰의 목적은 잘못 맞춘 퍼즐”이라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