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죽은 개 살아있는 척 후원 호소한 보호소

입력 2020-09-18 10:34
지난 8일 올라온 '로드킬 당할 뻔한 이 아이 치료비 좀 도와주세요' 게시글. SNS캡처.

한 유기견보호소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개의 치료비가 급히 필요하다며 SNS를 통해 치료비 후원금을 요청했지만, 개가 죽은 뒤에도 모금을 계속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8일 경남과 울산·부산 권역에서 사설 유기견보호소를 운영하는 A씨의 인스타그램에는 ‘로드킬 당할 뻔한 이 아이 치료비 좀 도와주세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서 A씨는 “8일 낮 부산으로 향하는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한 개 한 마리가 상처를 입고 도로변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다친 유기견은 셔틀랜드 쉽독으로, 흉부와 엉덩이 쪽 골절로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후 A씨는 구조 사흘째인 10일에도 후속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다친 개가 예상보다 위중한 상태로 고비를 맞고 있다며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또 구조 나흘째인 11일 A씨는 전날 밤인 10일 밤 결국 개가 죽었다며 또다시 글을 올렸다.

그러나 A씨가 올린 로드킬 당한 개는 구조된 당일인 8일 죽은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KBS에 따르면 이 개는 8일 오후 1시57분 치료를 접수해 오후 5시가 조금 지난 시점에 사망했다.

그러는 사이 후원금은 나흘 만에 609만원이 모였다.

뒤늦게 개가 죽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후원금을 낸 누리꾼들은 A씨가 다친 개 치료를 핑계로 돈을 챙기려 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이 일자 A씨는 결국 17일 오후까지 후원금 609만원 중 415만8000원을 돌려줬다.

A씨는 “인스타그램에 후원 글을 올린 때는 개가 죽은 것을 알지 못했다. 다른 일로 바빠서 후원 요청 글을 제때 내리지 못했을 뿐이다”라며 “나머지 금액도 환불할 예정이다”라고 해명했다.

유기견보호소 측도 KBS와의 인터뷰에서 “구조 당일 경황이 없어 개가 죽은 사실을 바로 알리지 못했다”며 “생각보다 많은 돈이 모여 다른 개들의 밀린 치료비를 충당할 욕심에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했다.

송혜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