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00여명의 택배 기사들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과중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택배 물량이 급증해 월 3억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생활물류 택배물동량’에 따르면, 올해 6월 택배 물동량은 2억9300여개로 2016년 이후 최대폭으로 늘었다고 18일 머니투데이가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달(2억1500여개)과 비교해 36.3% 증가한 수치다.
이는 지난 5월 이태원 클럽, 쿠팡 물류센터 집단감염으로 4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택배 이용이 폭증한 탓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올해 2월 물동량은 전년대비 31.6% 증가한 2억4000여개를 기록했다. 7월은 2억9200여개, 8월은 2억6100여개로 각각 집계됐다.
반면 택배기사 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 최근 3년간 연평균 5.6%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택배기사 수가 물동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택배기사 1인당 월평균 처리물량은 5165건으로, 택배기사 한 명이 하루에 255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노동·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전날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4000여명의 택배 기사들이 오는 21일 택배 분류작업 거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분류작업은 택배 노동자들이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배송을 해야만 하는 장시간 노동의 핵심 이유”라며 “하루 13∼16시간 노동의 절반을 분류작업에 매달리면서도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분류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한시적으로 충원할 것을 택배 업계에 권고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14일 택배 기사들의 과로 문제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대책위는 그러나 “택배사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온 사회가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우려하며 분류작업 인력 투입을 요구하고 있는데 택배사들은 눈과 귀를 가린 채 버티고 있다”고 비판했다.
분류작업 거부에 찬성한 택배 기사는 비교적 소수이지만, 이들이 예정대로 분류작업을 거부하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일부 지역 택배 배송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책위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안타깝다”며 “배송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더는 과로로 인해 쓰러지는 택배 노동자는 없어야 한다는 택배 노동자의 심정을 헤아려주길 부탁한다”고 전했다. 이어 “택배사가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한다면 언제든지 분류작업 전면 거부 방침을 철회하고 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