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작업 거부한다” 택배 기사 4000여명의 파업 선언

입력 2020-09-18 05:30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오는 21일 택배 분류작업 거부 돌입 의사를 밝힌 1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물품을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택배기사 4000여명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과중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오는 21일부터 택배 분류작업 거부를 선언했다.

노동·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7일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대책위는 “분류작업은 택배 노동자들이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배송을 해야만 하는 장시간 노동의 핵심 이유”라며 “하루 13~16시간 노동의 절반을 분류작업에 매달리면서도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대책위는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택배 기사들을 대상으로 분류작업 전면 거부를 위한 총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에는 민주노총 택배연대노조 조합원들을 포함한 4358명이 참가했고 이중 95.5%에 달하는 4160명이 찬성했다. 대책위는 “투표 참가자 가운데 500여명은 조합원이 아니다”라며 “그만큼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분류작업 인력 투입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대책위는 택배기사들이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분류작업에 대한 보상은 사실상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분류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한시적으로 충원할 것을 택배 업계에 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14일 택배 기사들의 과로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그러나 대책위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택배사들의 태도를 지적하며 ”온 사회가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우려하며 분류작업 인력 투입을 요구하고 있는데 택배사들은 눈과 귀를 가린 채 버티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