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짜장면을 사러 왔길래 배달해준다고 하니 엄마한테 혼난다고,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에서 중화요리점을 운영하는 60대 업주는 종종 가게를 찾던 초등학생 형제를 이렇게 기억했다. 당시 그는 씽씽카를 타고 온 형이 짜장면·짬뽕을 혼자 들고 돌아가는 길이 염려스러워 배달을 권유했고, 한사코 거절하는 아이를 집 앞까지 데려다 줬다. 그때도 아이는 “엄마한테 혼난다”며 업주를 급하게 되돌려보냈다.
둘만 남은 집에서 라면을 끓이다 불이나 중태에 빠진 형제가 평소 친모로부터 학대받고 방치당했다는 주변 진술이 등장했다. 인근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70대 주민은 A군(10)과 동생 B군(8)의 왜소한 몸집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고 17일 연합뉴스에 밝혔다. 그는 “A군은 같은 학년인 손녀보다 머리 하나가 작을 정도로 왜소했다”며 “몇 달 전 고무장갑을 사러 왔길래 엄마 심부름이냐고 물으니 본인이 설거지해야 한다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가게 주인은 “가끔 엄마와 함께 온 형제들이 물건을 사려다가도 엄마가 내려놓으라고 다그치면 바로 제자리에 뒀을 정도로 군기가 든 모습이었다”며 “장을 본 비닐봉지도 아이들이 들길래 엄격한 집안이라고만 생각했다”고 전했다.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형제의 친모 C씨(30)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지난달 검찰에 송치됐다. 자녀를 신체적으로 학대하고 방임한 혐의다. 그는 화재 전날부터 당일까지 아이들만 집에 두고 외출한 상태였고 경찰 면담에서 “지인을 만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웃 주민들은 2018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세 차례나 관계 당국에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신고를 했다. C씨는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를 앓는 A군을 수차례 때린 적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안전한 가정환경에도 형제의 우애는 남달라 보였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나왔다. 한 편의점 점주는 “주로 저녁 시간대에 단둘이 왔는데 항상 1만원어치 정도의 먹을거리를 사서 갔다”며 “형이 얼른 고르라고 하면 동생은 군소리 없이 잘 따랐다”고 기억했다.
미추홀구청 관계자는 “화재 당시 불길이 번지자 형이 곧바로 동생을 감싸 안았고 그로 인해 상반신에 큰 화상을 입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동생은 형 덕분에 상반신은 크게 다치지 않았으나 다리 부위에 1도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