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차관 대만 전격 방문… 군용기 띄워 무력시위 벌인 중국

입력 2020-09-17 21:01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17일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 항공기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이 17일 대만을 전격 방문했다. 크라크 차관은 41년 전 미국과 대만이 단교한 이래 대만을 방문한 최고위 국무부 관리다.

17일 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크라크 차관이 이끄는 미 국무부 대표단은 이날 오후 5시20분쯤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해 공식 대만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대만 당국은 미국의 차관급에 해당하는 정허우런 차장을 포함한 외교부 당국자들을 공항에 보내 크라크 차관 일행을 맞이했다.

통신은 크라크 차관이 방문 기간 동안 차이잉원 총통과 쑤전창 행정원장 등 다양한 대만 고위 인사들을 만나면서 경제·상업 대화 준비 문제를 포함해 산업 공급망 안보, 기술·에너지 협력 문제 등을 두루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통신은 당초 크라크 차관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미·대만 양국 간의 경제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하는 ‘경제·상업대화’가 공식 발족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무 준비 부족 문제로 불발됐다고 보도했다.

대만을 ‘미수복 지역’으로 여기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이같은 행보에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정부가 대만에서 ‘미스터 민주주의’로 불릴 만큼 인지도가 높은 리 전 총통의 추모행사에 고위급 대표단을 정식으로 보낸 것은 현재 대만을 이끄는 차이잉원 현 총통에게 정치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 등을 계기로 연일 갈등을 이어가며 악화하고 있는 미중 관계가 한층 더 냉각 기류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크라크 차관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중국은 단호히 반대한다”고 일축했다.

또 중국군은 크라크 차관의 방문 예정일 직전인 전날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 안에 Y-8 대잠초계기 두 대를 진입시켜 사실상의 무력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크라크 차관이 이끄는 미 대표단은 19일까지 리덩후이 전 대만 총통의 고별 예배에 참석하는 등 2박3일간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