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빅테크 한판 붙자”…치열해진 금융 패권 경쟁

입력 2020-09-17 17:54 수정 2020-09-18 10:4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17일 “빅테크와 디지털 경쟁에서 넘버원 플랫폼 금융회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전날 ‘3선 연임’이 확정된 이후 언론에 첫 포부를 드러내는 자리에서 빅테크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빅테크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제공 사업을 주축으로 하다가 금융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을 일컫는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빅뱅크(대형 금융사)와 빅테크 간 패권 전쟁에 돌입했다고 본다.

대표적인 빅테크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초대형 플랫폼을 무기로 금융시장 쟁탈전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간편결제 및 송금, 은행, 금융투자, 보험 등 진출 분야는 전방위적이다. 네이버는 간편결제·송금 서비스인 ‘네이버페이’에 이어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다. 지난 상반기에는 법인보험대리점(GA)인 ‘NF보험서비스’를 설립하면서 보험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카카오도 ‘카카오페이’에 이어 ‘카카오뱅크’로 은행권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또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카카오페이증권’을 설립한데 이어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준비 중이다. 이들 양대 빅테크의 시가 총액은 지난달 초 기준으로 네이버는 51조1000억원, 카카오는 32조5000억원에 달한다.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KB금융지주(14조8000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빅뱅크와 빅테크의 경쟁을 더 부추기고 있다. 일례로 ‘비대면 헌금시장’ 쟁탈전이 대표적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온라인 예배로 전환한 교회와 성당들이 늘자, 시중 은행들은 저마다 비대면 방식으로 헌금을 낼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속속 구축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이어 하나은행이 QR코드와 자금관리서비스(CMS) 도입 등을 통해 비대면·스마트 헌금 시스템을 내놨다.

빅테크 업계에선 카카오페이가 한발 빨랐다. 지난 3월부터 교회 교적과 헌금, 홈페이지 등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형 업체와 손 잡고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올 3분기 중에는 서비스를 더 확대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4만~5만개에 달하는 교회 수를 감안할 때, 금융 업계에서는 ‘비대면 헌금 시장’이라는 새로운 공략 목표가 형성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빅뱅크와 빅테크 간 기술과 서비스, 고객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회장은 이날 빅테크와의 경쟁을 언급하면서 ‘3S’를 강조했다. 3S는 쉽고(simple), 빠르고(speedy), 안전한(secure) 서비스를 뜻한다. 빅뱅크와 빅테크 간 경쟁의 승자는 결국 3S에 반응하는 고객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소영 예금보험공사 리스크총괄부 조사역은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신용 관리나 소비자 보호에 허점이 드러나는 등 이전과 다른 양상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