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나도 남편도 휴가연장 민원한 적 없다”

입력 2020-09-17 17:32

아들 군 특혜 휴가 의혹으로 대정부질문에서 사흘째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7일 국회에 나와 “저와 남편 모두 국방부에 민원을 넣은 적이 없다”며 “더 이상 아들의 사생활을 캐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그동안 추 장관은 남편의 민원 여부에 대해 “주말부부라 남편에게 물어볼 형편이 못 된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전날 야당에서는 의문의 여성이 국방부에 휴가 연장을 문의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17일에도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질의에 나선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서씨 직속 상관인 지원단장 면담기록에 부모님 민원이 기재된 사실을 들며 “장관이나 부군께서 직접 휴가 연장 민원을 넣었느냐”고 물었다. 추 장관은 “제 남편에게도 민원을 넣은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이날 추 장관이 본인과 남편 둘 다 민원을 넣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누가 전화를 걸었던 것인지 의문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6일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익명의 제보를 인용해 “국방부에 전화를 한 사람은 여성이었고, 신상기록에는 추 장관 남편의 이름이 적혀있었다”고 주장했다. 서씨 측 변호인은 이를 “악의적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추 장관은 김 의원이 “보좌진이 세 차례 군 관계자에게 휴가 연장을 부탁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제가 이 문제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 확인을 해본다면 (국민의힘) 의원님들께서 수사개입이라고 주장하실 것”이라며 “일절 연락을 하지 않은 채 수사기관의 수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추 장관은 전날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의 안중근 의사 관련 논평과 이에 대한 야당의 비판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적인 용어로 깎아내리려 하지 마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아픈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군 복무에 충실했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한 것”이라며 “제 아이를 너무 과장하거나 황제복무, 탈영 등 용어로 깎아내리지 마라”고 목소릴 높였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소견서에 따르면) 3개월 더 요양이 필요했는데 훨씬 못 미치는 기간에 귀대했다”며 복귀 후 추가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추 장관은 “동료 병사의 인터뷰를 봤는데 아들의 카투사 복무가 간단치만은 아닌 것을 알게 됐다”며 “치료를 잘 받고 건강하게 군 생활을 마칠 수 있어 군 당국에 감사드린다. 더 이상 아들의 사생활을 캐지 말아달라”며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추 장관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딸이 운영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 명목으로 정치자금을 부당하게 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일 뿐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 내부자 거래다. 정의와 공정에 반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추 장관은 “딸 아이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했지만 높은 권리금과 치솟는 임대료로 감당하지 못해 결국 문을 닫았다”며 “기자들과 이런저런 민생이야기를 하면서 딸 아이도 격려해줬다”고 해명했다.

대정부 질문에서 줄곧 추 장관 의혹에 대해 “민망하다”며 자세를 낮췄던 정세균 국무총리는 “제발 여기서 좀 벗어나서 국정을 논의했으면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정 총리가 “추 장관은 벌써 며칠째냐”며 “국민의힘은 시민단체가 아니라 제1야당 아니냐, 국민께서 절망할 거라 생각한다”고 비판하자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