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가 창단 후 처음으로 가을야구로의 ‘비상(飛上)’을 노리고 있다. 2015년 처음 1군 무대에 진입한 KT는 아직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17일 현재 5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눈 앞에 성큼 다가온 상황이다.
창단 이후 줄곧 리그 ‘꼴찌’를 담당했던 KT의 변화는 지난해 이강철 감독이 들어오면서부터다. 지난해 KT는 5할의 팀 승률로 6위에 랭크됐다. 2015~2017년 10위, 2018년 9위를 기록했던 것을 생각하면 괄목상대다. 이 감독은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어려운 경기를 많이 경험했고, 여러 위기를 이겨냈다”며 “덕분에 올해 팀이 정신적으로 한층 성장했으며 팀워크도 많이 좋아졌다”고 달라진 모습을 자평했다.
KT의 약진에는 이 감독의 자율성을 앞세우는 ‘인내심’ 리더십이 이유로 꼽힌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능력을 보고 적재적소에 역할을 맡기려고한다”며 “확신이 서고 역할이 정해지면 최대한 기다려주려고 한다. 좋은 성과를 낸 것은 선수들이 그 기회를 잘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6월부터 도입한 ‘수비 시프트’ 전략이 주효한 것도 꼽을 수 있다. KT는 상대 타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타격이 많이 가는 방향으로 수비 포메이션을 바꾼다. 덕분에 현재 KT는 승리 대비 수비 기여도 지표에서 리그 2위다. KT의 강점으로 꼽히는 타격에 수비까지 더해져 팀의 시너지가 나고 있다는 평이다.
외야 우익수를 맡고 있는 주장 유한준과 2루수를 맡은 부주장 박경수의 ‘엄마 아빠’ 리더십도 팀이 전력을 낼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이 감독은 두 선수를 향해 “좋은 선수들이고 어린 선수들이 본 받을 점이 많은 선배들”이라며 “한 팀을 이뤄 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소형준에 대한 기대도 크다. 소형준은 지난 12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토종 투수 가운데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10승을 달성했다. 고졸 선발투수가 데뷔 첫해 10승을 달성한 것은 류현진 이후 마지막이자 역대 9번째였다.
소형준은 지난 6월 26일 한화이글스전을 끝으로 2주간의 휴식기를 가지고 돌아왔다. 이 감독은 “휴식기 동안 소형준이 다양한 구종을 더욱더 능숙하게 활용하게 됐다”면서 “슬라이더와 커브볼의 속도 차이가 나니까 더 잘 통하는 것 같다.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많이 잡는 모습도 보인다”라며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했다. 다만 팀 내 외국인 투수진 데스파이네와 쿠에바스의 간헐적 부진은 KT에겐 아쉬운 점이다.
KT에겐 4위 두산 베어스와 치루는 17~18일 2연전이 기로다. 상위 팀들의 순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KT가 승리하면 5강 안에 안정적으로 남을 수 있어서다. 두산과의 올 시즌 상대 전적은 이번 2연전 전까지 5승 5패로 동률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이번 시즌 약한 전력을 보여주는 두산이 지난해 우승을 할 때에도 KT는 두산에 상대전적 9승 7패로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이 감독은 “상위권 팀과의 경기 차를 최대한 줄여야 (가을야구 진출)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앞으로 남은 37경기 중 상위 팀과의 경기에서 5할 이상의 승률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