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7세 아이부터 80대 노인까지 6명을 살해한 페루인에게 무기징역형이 내려진 가운데 이 사건으로 아내와 두 아이를 잃고 혼자 살아남은 피해자 가족의 아버지 이야기가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일본 지역매체 사이타마신문은 17일 당시 사건으로 일가족 3명을 잃은 가토(47)씨가 가족의 기일인 16일 납골당을 찾는 모습을 취재해 보도했다.
아내가 좋아하던 커피, 딸들이 즐겨 먹던 과자를 들고 납골당에 간 그는 “사형 선고를 받아내지 못해 미안하다”며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는 “적어도 사형 판결을 받았다면 기분이 조금 나아졌을까. 세 사람을 볼 면목이 없다. 5년간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며 “사법부는 머리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좀 더 일반인의 감정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토씨는 매년 기일에 가족을 찾아간다고도 밝혔다. 가토씨는 “앞으로도 계속 평생 빼먹지 않고 찾아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한탄했다. 이어 그는 “다른 형태로 계속 싸우며 가족을 기릴 것”이라며 사법부가 피해자와 동행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도록 계속 호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딸 졸업식에 참석해 졸업장을 받았다는 가토씨는 매일 강을 따라 가족사진을 들고 자전거 도로를 달린다며 “이렇게 하면 (가족을) 데리고 함께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15년 9월 14일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에 거주하는 50대 부부의 집에 페루인 루데나 바이런 조너선(30)이 무단 침입해 부부를 살해하고, 이틀 후인 16일에는 구마가야시에서 독신 생활을 하고 있던 80대 여성 집에 침입해 여성을 살해했다.
가토씨의 일가족이 살해된 것도 바로 이날이었다. 살해 후 바로 근처의 주택에 침입한 가해자는 가토씨의 아내 미와코(당시 41세), 첫째 미사키(당시 10세), 둘째 하루카(당시 7세) 총 3명을 추가로 살해해 총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수사에서 가해자가 당시 10살이었던 미사키에게 성적 학대행위를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6명 살해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가해자는 지난 9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김나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