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새로운 임시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다음 시즌에도 이를 적용할지, 나아가 MLB 규정 자체를 갈아엎을지가 현지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플레이오프 참가팀을 늘리거나 이전 시즌까지 지명타자(DH) 제도를 적용하지 않았던 내셔널리그에 계속 적용하는 게 일례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만프레드 MLB 총재는 미국 뉴욕주 호프스트라대의 유튜브 방송에 화상 초청받아 “내셔널리그에 지명타자 제도를 두는 걸 반대하는 목소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적어도 내셔널리그 사람들 일부의 생각을 바꿔놓았다고는 단언할 수 있다”면서 “내셔널리그가 (MLB 전체) 같은 규정을 갖는 것에 수년간 반대해온 곳임에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지명타자 적용 확장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보다 공격적인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걸 주요 근거로 내세운다. 기회가 찾아올 때마다 타율이 낮은 투수들이 타석에 들어서 득점에 실패하는 것보다 타율 높은 지명타자들이 점수를 내는 게 더 보는 재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야후스포츠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내셔널리그 투수들의 타율은 1할대에 머물렀다. 삼진 아웃을 당한 확률도 43.1%에 이르렀다.
만프레드 총재는 또한 이 자리에서 “플레이오프 확장에 찬성한다”고도 발언했다. 올 시즌은 종전의 10팀보다 6팀 많아진 16개 팀이 MLB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그는 “1라운드 3경기 체제로 돌아가는 건 긍정적 변화”라면서 “사람들은 토너먼트 승부에서 어느 팀이 승리하는지 지켜보는 걸 좋아한다. 영구적으로 MLB에 도입되었으면 하는 변화”라고 직접 발언했다. 찬성 입장을 다소 우회적으로 밝힌 지명타자 제도 영구 도입에서보다도 더 직접적인 메시지다.
사실 MLB는 일명 ‘코로나19 시즌’이 닥치기 전부터 플레이오프 참가팀 확장을 추진해왔다. 지난 3월 보도에 따르면 MLB는 플레이오프 참가팀을 전보다 4개 늘린 14개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시즌이 단축되면서 새로운 명분이 생긴 덕에 이전부터 만프레드 총재가 원하던 안을 더 급진적으로 추진하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연장전에 돌입 시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매 이닝 2루에 주자를 두는 데 대해서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만프레드 총재는 “코로나19 전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이 규칙이 MLB에 적용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 적 있다. 하지만 이제 가능성이 생긴 것 같다”면서 “사람들이 이를 전략적 활용성이 있는 규정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만프레드 총재는 최근 연기되는 경기가 잦아지면서 늘고 있는 더블헤더(양 팀이 하루에 2경기를 연속해서 치르는 것)에서 한 경기당 7이닝만을 치르는 데 것에는 부정적인 견해였다. 야구의 본질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