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등 일부 지역에서는 확산 속도가 미국 못지않을 정도인 데다 추워지는 날씨까지 겹치며 우려는 커지고 있다. 다만 이미 경제적 타격이 매우 큰 상황에서 다시 강제적인 봉쇄조치에 들어갈지는 미지수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 일부 지역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확진자 숫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여름 휴가철을 지나면서 프랑스와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재확산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스페인은 경제 정상화 이후 하루 평균 97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특히 마드리드에선 입원 환자 수가 늘어나며 전체 병상의 21%를 코로나19 환자가 차지했다.
마드리드 당국은 도심 외곽에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전용 병원을 건설 중으로 11월쯤 문을 열 예정이다.
프랑스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평균 8300명에 이른다. 다만 코로나19 1차 유행 정점이었던 지난 4월 하루 500명을 넘었던 사망자 수는 최근엔 수십 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당국은 밝혔다.
유럽에서 가장 큰 피해를 겪은 이탈리아는 지난 6주 동안 확진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다만 여름 동안 감염자가 주로 젊은 층이었던 데 반해 최근 들어서는 50세 이상에서 확진자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도 최근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16일 확진자 수는 4000명에 육박하며 지난 5월 8일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게다가 검사 대상자를 입원 환자와 요양원 거주자, 핵심 근로 인력과 학교로만 제한하기로 한 정부 계획안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세운 이 검사 배분 계획안은 현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때를 대비한 것이다. 검사 대상에 우선순위를 둬 일반인 상당수는 코로나19 증세가 있다고 해도 검사를 받을 수 없게 된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환자 수 급증으로 검사 수용 능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인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은 유럽의 경제 정상화와 맞물린 것이 분명하지만 재봉쇄 조치에 대해서는 각국이 모두 신중한 분위기다. 1차 대유행 때 유럽 각국의 봉쇄 조치로 바이러스 확산은 억제했지만, 유럽 경제는 세계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 위축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상황이 나쁘게 될 경우 최대한의 조치로 국가의 매우 제한적인 부분에 한해 제한적인 조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면적인 봉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페르난도 시몬 스페인 질병통제국장은 “현재로선 마드리드의 봉쇄를 생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다만 일부 마을이나 동네를 중심으로 국지적인 봉쇄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1차 대유행 때 대부분 산업을 포함하는, 매우 강력한 봉쇄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프랑스 정부 역시 봉쇄 조치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프랑스의 장 프랑수아 델프레시 과학자문위원장은 “정부가 앞으로 8~10일 사이에 몇 가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정부의 목표는 감염 속도를 늦추면서 국민이 가능한 한 정상적으로 살도록 하는 것”이라고 봉쇄조치에는 선을 그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모두 자신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 결정을 내리는 것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집단 면역’ 효과를 놓고 논란을 거듭했던 스웨덴에서는 6월 말 이래 신규확진자가 감소 추세를 보여 주목된다.
유럽 각국이 엄격한 봉쇄 정책을 펼칠 때 시민의 자율적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존하고 학교와 식당 등을 그대로 열어뒀던 스웨덴은 지난 5~6월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며 이른바 ‘집단면역’ 실험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최근 감소세로 다른 국가보다 인구 대비 신규확진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지면서 다시 집단 면역 효과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스웨덴 정부는 최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취한 고령자 요양원 방문 금지 조치도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