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같은 적막” 英 할아버지에게 전화가 쏟아졌다

입력 2020-09-17 09:48 수정 2020-09-17 10:13
메트로 캡처

아내의 죽음 이후 외로움을 호소하던 영국의 한 할아버지에게 “친구가 되고 싶다”는 전화가 전 세계에서 쏟아졌다.

16일 영국 일간 메트로에 따르면 영국 햄프셔 지역의 토니 윌리엄스(75)는 지난 5월 아내 조와 사별했다. 조는 코로나19 봉쇄 조치 이후 췌장암이 재발하면서 몸이 급격히 나빠졌다.

윌리엄스는 35년간 동고동락한 아내를 떠나보내고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자녀도, 친척도 없는 집에 한마디도 안 하고 혼자 있다”며 “침대에 누워서 전화만 기다리는 게 일상이다. 저주 받은 것 같이 느껴진다”고 했다.

메트로 캡처

메트로 캡처

그는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지역 신문에 120파운드(약 18만원)를 내고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광고문을 올렸다. 연락처가 담긴 명함을 만들어 거리에서 수십장 나눠 주기도 했다. 하지만 연락이 오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택 창문에 글을 적어 붙였다. 윌리엄스는 “저는 사랑하는 아내이자 영혼의 짝인 아내 조를 잃었습니다. 친구나 다른 가족이 없어서 이야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하루 24시간 내내 끝없이 이어지는 적막이 견딜 수 없는 고문과도 같습니다.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나요”라고 적었다.

이어 “친구를 사귀려고 모든 노력을 다했는데 아무도 나랑 대화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 집을 지나가는 사람이 많진 않지만 이 소식이 널리 퍼져서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사연이 보도된 후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헝가리 등 유럽은 물론 미국, 캐나다, 홍콩 등 각지에서 문의가 폭주했다. 이웃 주민들은 그의 집에 잠시 들러 함께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메일과 SNS에도 그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들은 “기사를 읽고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났다”며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외로움을 느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처럼 힘든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윌리엄스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