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7월. 도쿄에서 치러진 미국 플로신학교 하계수양회 강의를 마치고 귀국하던 길이였다. 가루이역이란 곳에 차를 두고 갔으므로 그곳에서 하야마까지 차를 몰고 귀가하고 있었다.
차가 구마가야 교외를 지날 때 돌연 측면에서 트럭 한 대가 쏜살같이 내 차로 달려들었다. 도무지 의도적이 아니고서는 달려들기 불가능한 지형이었다. 나는 중상을 입었다. 그 차는 뺑소니 쳤다. 범인도 잡히지 않았다.
그 교통사고로 대수술을 받고 많은 수혈을 하게 됐다. 지금도 옆구리에서 등까지 꿰맨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그 사건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워낙 피를 흘려 많은 양의 수혈을 하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평생을 괴롭힌 C형 간염까지 얻게 됐다.
“노무라씨의 시체가 바다에 떠오른다면 부인이 어떻게 될까요?”
소름 끼치는 협박 아닌 협박이 환청처럼 들렸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데 또다시 편지가 왔다. 가마쿠라라는 역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차로 4시간 걸리는 거리였다. 할 수 없이 아내에게 내가 쓴 영문 편지를 가지고 나가도록 했다.
아내 요리코는 가마쿠라역 앞에서 종일 의문의 사나이를 기다렸다. 영문 편지엔 ‘나는 노무라의 부인입니다. 노무라는 지금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라고 썼다.
이 사건이 있고 난 뒤부터 미 CIA는 나를 감시하지 않았다. 연락도 없고 사람 또한 찾아오지도 않았다.
1960년대, 즉 내가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의 일본 교회는 급속한 미국화로 치달았다. 세속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어촌 마을 목회를 통해 세속화로 인한 복음 전파의 한계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군국주의 시대에도 예수 평화 정신을 실천한 무수한 기독 신앙인이 평신도와 일반인의 모범이 되었는데 미 군정이 시작되면서 급격하게 무너져 버렸다. 참담했다. <계속>
작가 전정희
저서로 ‘예수로 산 한국의 인물들’ ‘한국의 성읍교회’ ‘아름다운 교회길’(이상 홍성사), ‘아름다운 전원교회’(크리스토), ‘TV에 반하다’(그린비) 등이 있다. 공저로 ‘민족주의자의 죽음’(학민사), ‘일본의 힘 교육에서 나온다’(청한)가 있다. ‘예수로 산 한국의 인물들’은 2020년 8월 국가 권장 ‘세종 도서’로 선정됐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