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빚투' 줄여라…은행권 신용대출 금리 인상·한도 축소 검토

입력 2020-09-16 09:48 수정 2020-09-16 10:33

최근 ‘영끌’ ‘빚투’ 열풍이 불면서 급증한 신용대출이 잠재적 금융 위험 요소로 지목받고 있다. 이에 은행권이 스스로 대출 총량·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를 올리고, 일부 전문직의 연 소득 대비 신용대출 한도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은 자율적인 신용대출 관리 방안 차원에서 우대금리를 하향 조정할 전망이다. 지난 10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85∼3.75%(각 은행 신용대출 대표상품 기준) 수준이다.

각 은행에서 최저 금리로 돈을 빌리려면 우대금리(금리할인) 혜택을 최대한 받아야 한다. 우대금리는 해당 은행 계좌나 계열 카드 이용 실적, 금융상품 가입 유무 등 여러 부가 조건에 따라 부여된다. 우대금리 수준은 낮게는 0.6% 정도부터 높게는 1%다. 이 우대금리의 폭을 줄여 신용대출 금리 수준을 현재보다 높이면 신용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1%대 신용대출 금리가 사라질 수 있다. 한 시중은행은 이미 우대금리 할인 폭을 0.2% 포인트 줄였다. 다른 은행들도 신용대출 금리를 비슷한 폭으로 높이면 1%대 신용대출 금리는 시중에서 사라지게 된다. 우대금리 폭을 줄여 신용대출 금리 수준을 지금보다 높이면 대출 증가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아울러 은행들은 특수직(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포함) 등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도 낮출 전망이다. 은행권의 신용대출은 보통 연 소득의 100∼150% 범위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특수직 등은 은행에서 많게는 연 소득의 200%까지 빌릴 수 있다. 연봉이 1억5000만원이라면, 담보 없이 신용대출로만 끌어 쓸 수 있는 돈만 3억원이라는 뜻이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14일 시중은행 부은행장(여신담당 그룹장급)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최고 200%에 이르는 신용대출 소득 대비 한도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 부동산 자금 유입 차단 등을 위해 신용대출 급증세를 진정시키고 대출 총량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서민의 생활자금용 신용대출까지 조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낮은 금리로 수억원을 빌릴 수 있는 고신용·고소득 전문직의 신용대출부터 줄이라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

은행의 수익성 측면에서도 신용대출 금리 인상과 한도 축소는 동시에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 금리 인상 자체가 대출 수요 감소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이익을 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일종의 공급인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려면 가격인 금리를 높일 수 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