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원옥 할머니 기부 당시 심신미약 상태, 의사가 확인”

입력 2020-09-16 08:20 수정 2020-09-16 09:58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사무실로 출근하는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 오른쪽 사진은 그가 전날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길원옥 할머니 관련 영상 캡처. 연합뉴스, 윤미향 페이스북

중증 치매를 앓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를 속여 수천만원을 기부·증여하게 한 혐의(준사기)로 기소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검찰이 “검사가 할머니를 직접 면담하고 의료진의 객관적인 정신감정 자문을 받아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을 수사한 서울서부지검(검사장 노정연)은 의료 전문가로부터 길 할머니의 의료기록과 정신감정 자문 결과를 받아 할머니가 기부했을 당시 의사결정이 어려운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15일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검사가 할머니를 직접 면담해 의료기록과 할머니의 상태를 대조해 봤다고 검찰 관계자가 전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치매를 앓던 길 할머니를 이용해 2017년 11월 할머니가 받은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 중 7920만원을 2년2개월에 걸쳐 기부·증여하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중 5000만원은 윤 의원이 이사장을 지낸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전신인 정의기억재단에 할머니가 상을 받은 지 사흘 만에 전달됐다.

윤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인 준사기는 심신미약 상태인 지적장애인을 착취하거나 이들을 이용해 금전적 사기를 치는 피고인에게 적용되는 형법 조항이다. “현직 여당 의원에게 준사기를 적용할 정도면 수사팀에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법조계의 견해다.

윤 의원은 검찰이 기소한 6가지 혐의(횡령과 배임, 보조금관리법 위반 등) 가운데 ‘준사기’ 혐의에 가장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혐의가 인정된다면 자신의 ‘여성인권운동가’ 경력이 송두리째 부정당할 수 있어서다.

윤 의원이 기소된 당일인 14일 밤 페이스북에 검찰이 특정한 준사기 범죄 시기인 2017~2020년 사이 길 할머니의 영상을 잇달아 올리며 검찰의 기소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윤 의원은 “할머니의 평화인권운동가로서의 삶이 검찰에 의해 부정당했다”고 주장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