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한 송붐…전주성에서 빛난 ‘녹색 방패’

입력 2020-09-15 20:58 수정 2020-09-15 21:49
전북 현대 수문장 송범근이 15일 열린 울산 현대와의 맞대결에서 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1일 FC 서울과의 경기 중 송범근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막고 또 막았다. 최근 경기에서 잇따른 실점으로 주눅들만도 했지만 위기의 순간 그의 장갑은 더 바쁘게 슛을 막아냈다. 승부처에서 디펜딩챔피언 전북 현대를 구해낸 건 수문장인 ‘송붐’ 송범근(22)이었다.

송범근은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21라운드 홈경기에 출전해 전후반 내내 상대의 공세를 견뎌내며 팀의 2대 1 귀중한 승리를 지켜냈다. 리그 우승에 한 발짝 다가가려 했던 경쟁자 울산의 기세를 꺾는 승리였다. 마지막 허용한 페널티킥이 아쉬웠지만 그의 활약이 없었다면 승부는 진작 뒤집힐 수 있었다.

송범근은 이날 리그 최다 득점에 빛나는 울산의 공세를 연이어 막아냈다. 전반 중반 윤빛가람의 프리킥을 옆으로 쳐낸 것을 비롯해 전반 막판에는 불투이스의 슈팅을 막아낸 끝에 가까스로 실점을 저지했다. 선방 뒤 이를 굳게 다문 스스로의 얼굴을 장갑으로 치면서 정신을 다잡는 그의 모습은 이날 정신무장을 얼마나 단단하게 하고 나왔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후반에도 그의 선방은 이어졌다. 비단 선방 장면 뿐만이 아니라 적절하게 전북의 수비 뒷공간을 커버하며 실점 위험을 최대한 줄여냈다. 전북의 수비는 송범근의 활약을 믿고 보다 적극적으로 미드필드와 공격진을 지원할 수 있었다. 마지막 주니오에게 내준 페널티킥 골도 방향을 읽었지만 슈팅 속도가 워낙 빨랐다.

반면 울산은 기회에서도 전북의 골대를 수차례 맞추는 등 불운이 뒤따랐다. 송범근의 데뷔 전 시즌인 2017년부터 K리그1 베스트일레븐 골키퍼 포지션을 지켜온 울산의 조현우 역시 좋은 선방을 선보였으나 팀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송범근이 지키는 전북의 골문은 최근 뚫리는 일이 잦았다. 마지막 무실점 경기가 지난달 8일 대구 FC와의 경기일 정도다. 지난 라운드 광주 FC와의 경기에서는 3골이나 내줬고, 이전 라운드인 성남 FC를 상대로도 2골을 내줬다. 최근 5경기 9골 실점, 송범근의 실책이 두드러진 적은 드물었지만 우승이 목표인 전북의 골키퍼로서 자존심이 상할 법한 결과였다.

이날 송범근의 활약을 바탕으로 승리한 전북은 울산과의 승점차를 2점으로 줄이면서 우승 타이틀 경쟁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다시 몰고 갔다. 전북은 다음 경기에서 최근 리그 하위권에 몰리며 위기에 빠진 부산 아이파크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울산은 강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투 중인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원정을 떠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