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에 소비자 생방송 참여까지…‘비대면 원조’ 홈쇼핑의 변신

입력 2020-09-16 00:15 수정 2020-09-16 00:15
신세계TV쇼핑이 방송 중인 상품의 주문건에 대한 새벽배송 서비스를 16일 판매하는 자체 브랜드(PB) ‘테이스트 킹’의 랍스터 상품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신세계TV쇼핑 제공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방식의 소비·유통체계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유통채널 간 경계가 점차 흐릿해지고 있다. 원조 비대면 유통채널인 홈쇼핑(TV홈쇼핑, T-커머스) 업계 역시 차별화된 배송서비스를 내놓고 네이버에서 모바일 라이브도 시도하는 등 기존 홈쇼핑의 장점에 이커머스의 강점까지 흡수하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 중 주문에 대한 새벽배송이나 소비자의 생방송 참여 등 이전에 없었던 방식들이 홈쇼핑 업계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이커머스와 실시간 소통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TV쇼핑은 16일부터 방송 판매되는 신선식품에 대한 새벽·당일배송 시스템을 도입하고 풀필먼트를 통한 물류 시스템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방송 중 이뤄지는 주문에 대해 새벽배송을 도입하는 건 홈쇼핑 업계 최초다. 신세계TV쇼핑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커머스 수요가 늘어나고 빠른 배송서비스에 대한 고객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새벽·당일 배송서비스를 본격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과의 협업을 통해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물류 시스템을 강화하고 새벽·당일 배송 품목 역시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공영쇼핑이 매주 화요일 진행하는 TV하나로마트 프로그램에서 새롭게 시도한 ‘랜선 식구’의 방송 화면. 공영쇼핑 제공

TV홈쇼핑은 일반적으로 스튜디오에서 방송이 진행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참여가 어렵다. 공영쇼핑은 코로나19 이후 모든 게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생동감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높아지자 ‘랜선 식구’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하기로 했다. 지난 8월 처음 시도한 이 방식은 사전에 참여 의사를 밝힌 소비자들이 대형 미디어월 화면을 통해 쇼호스트와 함께 생방송에 참여한다. 상품을 먼저 받아본 소비자가 생생한 반응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시청자가 친근감과 신뢰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유통업계가 점차 소비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늘려가는 분위기에 맞춰 홈쇼핑 업계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와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홈쇼핑의 경우 주 고객인 중장년층뿐 아니라 2030세대까지 소비자층을 넓히기 위해 채널 접점을 확대하는 중이다. 자사 채널이나 SNS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 네이버나 그립, 잼라이브 등 라이브커머스 전문 채널과도 협업하는 식이다.

NS홈쇼핑이 지난 7월 인스타그램에서 TV홈쇼핑과 동시에 진행한 이원생중계 중 인스타그램에서의 방송 화면. NS홈쇼핑 제공

CJ오쇼핑은 지난달 17일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가을·겨울 신상품을 공개하는 라이브 쇼케이스를 매주 진행하고 있다. CJ오쇼핑 대표 패션 쇼호스트가 패션 트렌드를 소개하고 고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NS홈쇼핑은 16일부터 OK캐시백 오!라방, 잼라이브를 통해 동시에 모바일 라이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SK스토아는 네이버, 그립, 11번가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과의 협업을 통해 젊은 세대로 소비층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업계 간 경계를 허물고 있는 홈쇼핑 업체들은 TV 채널 내에서도 각자의 강점을 살리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스토아 관계자는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며 SK스토아만의 컨셉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TV에서도 온라인 쇼핑처럼 할 수 있도록 한 ‘SK스토아ON’이 그 결과물 중 하나”라며 “더욱이 홈쇼핑은 품질 검사 등 별도의 제품 검사도 매번 이뤄지기 때문에 판매하는 제품들의 신뢰도가 높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홈쇼핑 채널들이 이름에서 ‘홈’을 빼고 있는데 이는 TV라는 채널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경계를 허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면서도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모두 라이브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날그날의 날씨나 옆 채널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과의 연계성 등 TV홈쇼핑만이 갖는 즉각성은 어떤 채널도 대체할 수 없다는 데에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