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뺑소니 포르쉐…대마초 환각 상태에서 ‘질주’

입력 2020-09-15 19:34

부산 해운대 도심 한복판을 과속 질주해 7중 추돌 사고를 내고 7명을 다치게 한 포르쉐 차량 운전자 A씨가 대마를 흡연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마약류 사용을 완강히 부인하며 마약 검사에 응하지 않았지만, 거듭된 검사 회피 이유 추궁에 결국 대마초 흡입 사실을 털어놨다. 대마는 최초 동승자에게 건네받아 흡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해운대 중동 교차로에서 7중 추돌사고를 낸 포르쉐 차량 운전자인 40대 A씨가 운전대를 잡기에 앞서 대마초를 흡입한 사실을 자백했다.

경찰은 사고 발생 직후 시행한 A씨의 음주 측정 결과,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곧바로 마약 복용을 의심했다. 교통사고 과정이 만취 운전자들의 사고 패턴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A씨는 사고 당일 7중 추돌 사고 현장에서 570m가량 떨어진 해운대 옛 스펀지 건물 일대에서 1차 사고를 낸 뒤 500m를 도주하다가 중동 지하차도에서 앞서가는 또 다른 차량을 추돌했다. 이후 70m쯤 더 달아나다가 중동 교차로에서 7중 추돌사고를 냈다.

경찰은 포르쉐 차량이 도로에 정차 중인 아우디 A6 차량의 좌측면을 충격하면서 1차 사고를 냈고, 500m를 도주하던 중 지하차도에서 앞서가던 포드 토러스 차량의 후면을 추돌해 2차 사고를 냈다고 밝혔다. 이어 70m 정도를 달아나다 중동 교차로에서 오토바이와 그랜저 승용차 등과 추돌하며 7중 추돌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도주하던 포르쉐 차량은 교차로를 통과해 직진하던 오토바이와 그랜저 차량을 잇달아 들이받은 뒤 맞은편 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버스와 코란도 차량과 충돌했다. 이어 오토바이가 사고 충격으로 튕겨 나가면서 정차 중이던 BMW·쉐보레 차량과 정면충돌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일반적인 운전자였다면 앞서 1·2차 추돌 때 자신의 차를 세우고 사고 처리를 했겠지만, A씨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특히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포르쉐 운전자 A씨는 오토바이 등과 충돌할 당시 브레이크를 전혀 밟지 않았다. 사고 현장에서 발견되는 스키드 마크(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나타나는 타이어 끌린 자국)도 없었다. 포르쉐 차량은 사고 충격으로 전복됐다.


그럼에도 A씨는 마약 복용 혐의를 계속 부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 전과도 없었던 A씨였다. 그러던 중 이날 병원에서 진행한 경찰 조사에서 “마약 검사를 해보자는데 안 한다는 이유가 뭐냐”는 취지로 계속 추궁하자 대마초 흡입 사실을 털어놨다. 대마는 최초 동승자가 소지한 대마를 건네받아 흡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또 A씨가 차량 블랙박스 칩을 빼돌렸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포르쉐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인할 당시 칩은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고 차량은 포르쉐 AS센터에서 보관 중이다.


사고 차량에서는 A씨가 소지했던 통장 60여개가 발견됐으나, 개인 사업과 관련해 오래된 통장으로 현재까지 범죄혐의점은 찾지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EDR(자동차 사고 기록 장치) 분석 등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