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채취’ 의사 잘못으로 아기 숨졌는데 ‘병사’라니…

입력 2020-09-15 18:28

골수 채취 과정에서 동맥이 파열돼 숨진 6개월 아이의 사망진단서를 일반 ‘병사(病死)’로 허위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병원 의사 2명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2단독 유정우 판사는 15일 한 영아의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기소된 대학병원 교수 A씨(65)에게 벌금 500만원을, 전공의 B씨(32)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사고는 2015년 10월 생후 6개월 된 영아가 혈소판, 백혈구, 적혈구 등이 함께 감소하는 범혈구감소증 증세를 보여 골수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3년 차 전공의였던 B씨는 영아가 울고 보채는 상황에서 골수 채취에 어려움을 겪었고, 2년 차 전공의 C씨가 이를 이어받아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골수를 채취했다.

그러나 골수 채취 이후 영아는 산소 포화도와 생체 활력이 떨어지는 증세를 보이다 결국 숨졌다. 사망 당시에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후 부검을 통해 C씨가 골수 채취를 하다가 주삿바늘을 깊게 찔러 영아의 동맥이 파열됐고 이 탓에 아이가 저혈량 쇼크로 숨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담당 교수였던 A씨와 전공의 B씨는 이 아이의 사망 진단서를 작성하면서 사망 종류를 ‘병사’로, 직접 사인을 ‘호흡 정지’로, 중간 선행 사인은 ‘범혈구감소증’으로 기록했다. 부검 결과와 다르게 사망 원인을 쓴 셈이다.

검찰은 이들이 아이의 사망 종류를 ‘외인사’ 또는 ‘기타 및 불상’으로 적어야 했고, 직접 사인에 ‘심장마비’나 ‘호흡부전’ 등의 사망 양식(결과)을 기록할 수 없는 점, 범혈구감소증이 호흡 정지를 발생시킨 직접 원인이 아니라는 점 등을 근거로 이들이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A씨와 B씨는 재판에서 “피해자 사망원인이 진정 수면제의 부작용 때문이라 여겼고, 동맥파열로 인한 출혈 때문이라는 점을 알지 못했다”면서 “유족이 진료 기록을 복사하고 피해자 부검도 예상되는 등 법적 분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인을 숨기고자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의사로서 피해자가 지병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또 사망 원인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망진단서에 사망 원인을 ‘알 수 없음’으로, 사망 종류는 ‘외인사’ 혹은 ‘기타’로 작성 했어야 했는데 진실과 다르게 작성했다”고 밝혔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