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경로 불명 25%인데 정부는 “정밀방역”… 추석 재유행 걱정

입력 2020-09-15 17:42 수정 2020-09-16 14:04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하향 조정된 첫날인 14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 PC방에서 이용객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 그동안 '고위험시설'로 분류돼 영업이 중단됐던 PC방은 '고위험시설'에서 제외돼 이날부터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미성년자 출입과 음식 섭취는 당분간 금지됐다. 연합뉴스

정부가 고위험시설 위주의 방역을 추구하겠다고 밝히자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자칫 사회·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채택한 ‘정밀 방역’ 기조가 재유행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3일 수도권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하며 ‘정밀한 방역조치’를 언급했다. 전체적 거리두기 수위를 완화하되 고위험시설 관리는 강화해 국민들의 경제적 피해를 줄이겠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특정 업종 및 시설을 중점적으로 관리하기엔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의 비율이 높다고 지적한다. 어느 경로로 전파가 이뤄졌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일부 시설을 특정해 관리하는 게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1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2주간 신고된 2209명의 신규 확진자 중 25%인 552명의 감염 경로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는 방대본이 감염 경로 불분명 환자 비율을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4월 이후 최고치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발생 자체가 줄면 정밀 방역이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추이가 나빠지면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전파 경로를 모르는 환자가 20%를 웃도는 상황에서는 이를 밝히는 데 주력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추석 역시 고민거리다. 국민들의 이동과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증가하면 3차 유행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추석 직전까지의 추이를 살펴 오는 28일부터 특별방역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려는 여전하다. 최정현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고려한 결정이기에 적절성을 논하긴 어렵다”면서도 “과거 완화 메시지나 연휴 직후 유행이 번진 점을 보면 의료진 입장에선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정책 효율성 제고를 위해 추진하는 정밀 방역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하모(25·여)씨는 “2.5단계가 완화되자마자 주변 지인들이 PC방에 몰려가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렸다”며 “1, 2주마다 영업 여부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이미 혼란스러운데 ‘PC방은 되고 노래방은 안된다’는 식의 기준은 또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방역을 우선순위에 둔 중장기적 관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지금의 ‘두더지잡기’식 규제로는 경제와 방역 모두 놓친다”며 “감염병 사태가 경제 위기의 원인인 만큼 국내 전파를 최대한 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