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길도 막혔다...정유업계 3분기도 ‘적자’

입력 2020-09-16 06:03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한시적으로 완화됐지만 추석 귀성·귀경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정유업계의 ‘명절 특수’는 도래하지 않을 전망이다.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던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들은 3분기에도 적자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더딘 정제마진 회복세에 저유가가 지속된 영향이다. 여기에 귀성·귀경 등 이동을 장려하지 않는 정부 방침이 발표되면서 계절적 성수기로 분류되는 하반기 수요 반등 요인이 사라졌다.

업계는 이동제한이 강력했던 대구 지역의 악몽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이 극심하던 2~3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3단계 수준인 ‘심각’으로 상향 조정됐는데 해당 지역 석유제품 판매량이 30~40% 감소했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통상 여름에는 휴가, 가을에는 귀성·귀경,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등이 있어 하반기는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계절적 성수기로 본다”면서도 “올해는 ‘성수기’라는 표현 자체를 사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하는 정제마진도 6월 첫째 주 이후 줄곧 0달러대를 유지 중이다. 정제마진이 3~4달러를 유지해야 정유사의 수익성이 보장된다. 다만 2분기 급락했던 국제원유 가격의 영향으로 3분기 재고 관련 손실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배럴당 30달러 수준이던 원유 가격은 40달러 선을 회복했다.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이동 수요에 SK에너지는 가동률은 조정하는 방식으로 공급을 줄이며 버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지난달 31일 울산콤플렉스 내 №1 정유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같은 달 20일 №3 정유공장을 재가동하며 80%대의 가동률을 90%로 복귀시켰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선제적 조처를 한 것이다.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은 상반기 정기보수로 가동률을 일부 조정했지만 추가로 인위적인 조정은 꺼리는 분위기다. 대신 공장의 가동률은 유지하면서 적자를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의 석유제품 외에 나프타, LPG 등 연산제품의 수익성이 일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동률을 줄인 뒤 쌓여가던 원유 재고 보관 장소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었던 상반기의 경험도 영향을 줬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기 전까지는 정유업계 적자 폭 심화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동수요 회복 외에는 특별한 수요 회복 요인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세를 보여 수출 판로 개척에도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다”며 “이같은 상황이 유지되면 앞으로 수 년간 업황 회복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