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캠프 조직이 미군 후원 포스터를 제작하면서 뜬금없이 러시아제 무기 사진을 사용해 구설에 올랐다.
14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선거자금 모금 조직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 위원회는 ‘우리 군대를 응원하자(support our troops)’는 제목의 온라인 홍보 포스터를 제작했다.
포스터는 완전 무장한 군 장병들의 머리 위로 전투기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묘사했다. 겉으로는 평범한 군 홍보물로 보이지만 무기 전문가들이 자세히 뜯어보니 엉뚱하게도 미군이 사용하지 않는 러시아제 무기의 실루엣이 포착됐다. 전투기는 미그 29, 군인이 든 소총은 AK-74였다는 것이다.
미군 전투기 F-16과 공격기 A-10 개발에 참여했던 군사 전문가 피에르 스프리는 폴리티코에 “(전투기는) 분명히 미그 29”라며 “(러시아 전투기가) 우리 군대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비꼬았다. 스프리는 전투기 꼬리날개의 각도와 엔진 배치 형태 등을 미뤄 미그 29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전투기만 문제가 아니다. 모스크바 소재 전략기술분석센터 소장인 루슬란 푸크호프는 하늘에 뜬 전투기가 미그 29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와 함께 포스터 오른쪽에 선 병사가 들고 있는 소총 역시 러시아제 AK-74라는 점도 추가로 지적했다.
MAGA 위원회는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공동 운영하는 조직이다. 소액 및 온라인 모금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선거자금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MAGA 위원회는 자료사진 전문 사이트 셔터스톡에서 다운로드 받은 사진을 바탕으로 포스터를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 포스터는 지난 8일 게재됐으며 12일까지 나흘 동안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그 29는 구소련 시절인 1980년대에 실전 배치됐다. 낙후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공군이 보유한 최신예 전투기이기도 하다. AK-74 역시 구소련 시절 개발된 보병용 자동소총이다. 북한군은 이 소총을 면허 생산한 ‘88식 보총’을 일선부대의 주력 소총으로 운용하고 있다.
홍보물이나 표지에 정치적, 역사적으로 부적절한 무기 이미지를 넣었다가 논란을 일으킨 사례는 국내에서도 종종 있었다. 육군은 지난 7월 인스타그램 홍보물에 북한군 보유 전차인 T-55를 연상케 하는 삽화를 넣었다가 황급히 수정하는 일이 있었다. 2009년에는 소녀시대 앨범 표지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전투기 그림이 들어가 ‘왜색’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