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경안 심사를 앞두고 ‘통신비 2만원’ 지원책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최근 여론조사 등에서 통신비 지급에 대해 절반 이상의 국민이 반대 의견을 나타냈지만, 이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비판여론을 의식해 4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야당과 합의가 이뤄진다면 통신비 지원에 대한 수정안을 도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무선통신은 코로나19 시대의 필수방역제”라며 “1인당 2만원의 지원이 누군가에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수는 있지만 4인가구 기준 8만원의 지원은 결코 가볍게 취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 국민의 이동통신 평균 요금이 3만~5만원 사이라고 한다”며 “50%인 2만원의 지원을 통해 가계의 고정 지출을 줄여드리고 국민들의 통장 잔고는 많지는 않지만 늘게 해드리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한목소리로 “통신비 지원책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도 최근 “한 가족에 중학생 이상이 3명, 4명이라고 하면 6만원, 8만원의 통신비 절감액이 생기는 것 아닌가”라고 해 통신비 지급 방침을 재확인한 상태다.
하지만 통신비 지원책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리얼미터가 YTN 더뉴스 의뢰로 지난 11일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2%가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이 ‘잘못한 일’이라고 응답했다.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37.8%였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작성한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 검토보고서는 “정부재정이 통신사에 귀속된다”며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방식을 재고하라고 권고했다.
통신비 지원책에 대한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당정이 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현 단계는 지원책을 무를 수 없는 상황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통신비 지원책은 4차 추경안에 반영돼 이미 국회로 넘어왔다. 특히 통신비 지원책이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라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통신비 지원책은 실무 당정협의에서 김 원내대표가 제시했고, 이 대표가 이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 와서 통신비 지원책을 무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액수 조정을 하든, 다른 방안을 검토하든 비판은 피하기 어렵겠지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1조원 규모의 통신비 지원책은 여야 추경 심사과정에서 수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소속 예결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3차 추경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기에 4차 추경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다”며 “필요하다면 큰 틀에서 변화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박홍근 의원도 “더 효과적이고 실현가능하다면 그런 사업을 다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여야는 이날 4차 추경안 심사 일정에 대해 합의했다. 여야는 오는 1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하고, 이후 21일 소위원회를 열어 추경안에 포함된 17개 사업에 대해 심사한다. 추경안은 22일 본회의에 상정돼 의결될 예정이다. 다만 여아가 세부사업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본회의가 연기될 수 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