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인사, 예상대로 ‘파벌 나눠먹기’… 내각 2인자엔 아베 최측근

입력 2020-09-15 16:23 수정 2020-09-15 16:40
'스가 내각'에서 신임 관방장관 임명이 유력한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

일본 집권 자민당의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재가 15일 당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내각 2인자였던 스가를 ‘포스트 아베’ 1인자 자리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당내 5개 파벌이 주요 당직을 골고루 나눠가졌다. 스가 뒤를 이어 내각 2인자인 관방장관을 맡을 이로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최측근인 가토 가쓰노부(64) 후생노동상이 내정됐다.

NHK방송,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 2인자 자리인 간사장에는 4위 파벌 ‘니카이파(47명)’의 수장인 니카이 도시히로(81) 간사장이 그대로 유임됐다. 간사장은 당 인사와 자금 관리, 선거 공천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요직 중의 요직이다.

니카이는 아베 전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이튿날이었던 지난달 29일 가장 먼저 ‘스가 지지’를 표명했다. 그의 발빠른 공개 지지는 다른 파벌들로도 번져 당내에서 스가 지지 도미노 현상을 일으켰다. 지난 8일 기준 1498일로 이미 역대 최장 자민당 간사장 연속 재임기록을 세운 니카이가 이번 정국에서 킹메이커로서의 위상까지 가져가며 당내에서 더 큰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전망이다.

한국 정당으로 따지면 정책위의장에 해당하는 정조회장에는 ‘호소다파(98명)’의 시모무라 하쿠분(66) 선거대책위원장이 임명됐다. 호소다파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로 아베 전 총리가 속해 있다. 원내대표격인 총무회장에는 아소 다로 재무상 겸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아소파(54명)’의 사토 쓰토무(68) 중의원 헌법심사회장이 발탁됐다. ‘다케시타파(54명)’는 야마구치 다이메이(71) 조직운동본부장을 선대위원장 자리에 앉혔다.

이로써 간사장을 포함한 ‘당 4역’이 모두 스가 지지를 표명한 주요 파벌 출신들로만 채워졌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이시하라파(11명)’에선 모리야마 히로시(75) 국회대책위원장이 유임됐다. 간사장 대행직에는 여성 정치인이자 무파벌 인사인 노다 세이코(60) 전 총무상이 기용됐다. 교도통신은 “이번 총재 선거에서 스가를 지원한 자민당 5개 파벌에 주요 당직을 배정한 뒤 무파벌 일부를 등용해 균형을 맞춘 인사”라고 평가했다.

당 인사에 이어 오는 16일에는 스가 내각의 진용이 꾸려진다. 아소 부총리,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등 아베 내각의 주요 각료 상당수가 그대로 유임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내각 2인자 관방장관에는 가토 후생상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의 최측근이었던 가토 무쓰키 전 농림수산상이 그의 장인이다. 가토 후생상에 대한 아베 전 총리의 신임도 두텁다. 아베가와 가토가는 대를 이어 깊은 교류를 이어왔고 부인들끼리로 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토 기용은 아베가 사임 후에도 ‘상왕’처럼 스가 내각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는 인사라는 평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