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본 “전국민 독감 백신? 50% 접종이면 유행 관리”

입력 2020-09-15 15:09 수정 2020-09-15 15:22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필요성 낮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15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인플루엔자, 독감과 관련해서는 영국의 경우 전체 국민의 75%에 대한 접종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보통 50% 이상의 접종으로 유행을 관리하는 게 이론적인 배경”이라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예방접종) 목표를 75%라고 공식적으로 얘기했던 영국도 현재 확보 물량은 50%”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필수예방접종과 민간에서 확보하는 접종량을 합하면 전체 인구의 약 57%에 해당하는 물량이 확보돼 있다. 이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와 달리 인플루엔자는 항바이러스제라는 치료제가 이미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사실상 인플루엔자 초기에 의심 증상이 있을 때 항바이러스제 투약으로 유행을 억제할 수 있고 개별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1100만명분의 항바이러스제를 비축하고 있다.

권 부본부장은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플루엔자 백신 자체가 단기간에 추가 생산되거나 준비되지는 못한다”며 “지금 확보 중인 백신도 지난 3월부터 생산해 공급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감예방접종을 맞는다고 바로 항체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고 2주간의 항체 형성 기간이 필요하다”며 “앞서 말씀드린 여러 논리상 전체 국민에 대해 접종하는 것이 필요성이 낮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권 부본부장은 “백신의 수출을 제한하면서까지 국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국가의 신뢰도 하락이나 국제적 비판, 역학적 필요성 등을 비춰보면 방역당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