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불로장생 – 노인 비만의 문제점과 해결책

입력 2020-09-15 15:08
의학의 발달과 수명의 증가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 고령 인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만큼 비만 유병률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체는 600여 개의 근육으로 이뤄져 있는데 우리의 몸은 20~30대에 가장 근육량이 많다가 점점 감소하여 70대에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며, 지방량은 60~70대에 최고점에 이르고 이후 조금씩 줄어들게 되는데 나이가 들면 체중에 변화가 없어도 근육량이 감소하고 지방량이 늘어나는 소위 ‘마른 비만’의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관상 말라보이지만 체내의 내장지방이 축적되어 복부 비만이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신체기능 저하, 대사작용 감소, 인슐린 저항성 증가와 관련이 있으므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비만은 대사 증후군과 관계가 깊은데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의 질병 발생이 증가하게 되며 젊어서부터 비만이 있는 경우 고혈압과 당뇨병의 위험은 급중하게 됩니다. 체중이 증가하면 퇴행성 관절염에 걸릴 확률이 정상 체중에 비해 30% 정도 높아지며 또한 복부하중의 증가로 방광이 압박을 받아 요실금 증상도 많아지게 됩니다.

노인 비만의 특징은 ‘근감소성 비만 (Sarcopenic Obesity)’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비만의 기준은 체질량지수 25㎏/㎡ 이상이며 복부비만은 남성의 경우 90㎝, 여성의 경우 85㎝ 이상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에 비해 노인 비만은 확립된 진단 기준은 없지만, 신장이 줄어들고 근육이 감소하는 반면, 체지방량이 증가하는 근감소성 비만이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체지방량은 증가되어 있지만 근육량 감소, 특히 다리의 근육량 감소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남자 노인의 16.7%, 여자 노인의 5.7%가 근감소성 비만이었고, 여자보다 남자의 경우에서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남자에서 여자보다 더 흔히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인 비만을 관리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은 대부분의 노인이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약물적인 비만 관리, 즉 운동과 식이요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운동의 핵심은 감소된 근육량을 늘려주거나 회복시키는 것이며 또한, 심폐기능을 증가시키는 데에도 운동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심폐기능 향상을 위해서 유산소운동을 기본으로 하고, 근육량을 점진적으로 늘려주는 저항성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 성인 비만 환자들의 경우에, 체중 감량을 하는 과정에서 흔히 근육량 감소를 동반하기 때문에, 근감소성 노인 비만 환자들에게는 근력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려주는 운동이 꼭 필요합니다.

목표 체중 감량도 일반 성인들보다 약간 낮게 두는 것이 좋습니다. 체중 감량이 빨리 일어나지 않더라도 운동은 그 자체로 각종 심혈관 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도움이 되며 우울증 예방, 스트레스 관리 등의 좋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본인이 가능한 운동을 선택해서 꾸준히 하도록 해야합니다. 어렵고 복잡한 운동보다는 걷기, 실내 자전거 등 낮은 강도의 유산소운동으로 시작하며, 무릎 관절염이 있을 경우에는 수영이나 아쿠아로빅을 추천합니다. 운동에 제한이 없을 경우에는 우울증 예방에도 효과가 좋은 단체 에어로빅이나 스포츠댄스 등도 고려해보면 좋겠습니다.

운동 시간은 오전보다는 오후가 좋으며, 혈압이 오르는 새벽이나 아침 시간대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낮은 강도로 주 4회 이상, 60분 정도로 꾸준히 근력 운동을 동반한 유산소 운동을 합니다. 1시간 동안 운동을 할 경우, 40분 동안 준비운동을 포함한 유산소 운동을 하며, 20분 동안은 근력 운동을 하도록 합니다. 체지방 및 근육량에 따라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의 비율을 개별화 하는 것이 좋은데 체지방이 많을 경우에는 유산소 운동을, 근육량이 너무 적을 때는 근력 운동의 비율을 늘리도록 합니다. 전체적인 근육량이 증가하면 신체 기능 향상에 큰 도움이 되며, 근감소성 비만 극복의 밑거름이 됩니다.

근육량 증가 및 회복을 위한 식이요법도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가 많으며 특히 노인들의 경우 대부분의 칼로리를 탄수화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먹기 편하고 소화가 잘된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는 혈중 중성 지방 상승과 근육 내 지방 축적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것이 근육량 향상에 도움이 되는데 신장 기능이 정상인 경우 체중에 0.8을 곱한 양 (g)을 매일 섭취하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체중 70㎏이라면 56g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적당합니다. 단백질 공급에 좋은 식품은 닭가슴살, 두부, 콩, 호두, 잣 등의 견과류, 버섯, 생선, 돼지 목살 부위가 좋으며 참고로 닭가슴살 두 덩어리에는 60g 정도의 단백질이 들어 있습니다.

약물 치료는 일반적으로 노인 비만에서 권장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식사조절이 잘 안되는 경우 선별적으로 식욕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이때는 기존에 복용중인 약물들과의 상호 작용이나 부작용 등에 특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노인 비만의 정확한 진단 기준 확립이 없는 현 시점에서 근감소성 비만을 특징으로 하는 노인 비만의 경우 일반적인 성인 비만 환자들보다 반응이 늦고 치료의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까지 보고된 결과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적절한 운동과 단백질 섭취가 근감소성 비만을 가진 노인 비만환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체중 감량 동안에 생길 수 있는 근육량 감소에 유의하면서 근육량을 늘려주는 지속적인 운동과 적절한 영양공급이 중요하며,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겠다는 목표보다는 장기간의 건강 회복에 주안점을 두면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최경호 가정의학과 전문의(아이비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