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 모르나’… 윤미향 반박에 재반박한 박유하 교수

입력 2020-09-15 14:37 수정 2020-09-15 15:34
정의기억연대 관련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내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기부금품법 위반·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안부’ 피해자를 욕보인 주장에 검찰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비판 목소리가 일고 있다.

윤 의원은 전날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한 입장문에서 “검찰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여성인권상 상금’ 기부를 두고 준사기라고 주장했다. 당시 할머니들은 ‘여성인권상’의 의미를 분명히 이해하셨고, 그 뜻을 함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상금을 기부하셨다”며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속였다는 주장은 해당 할머니의 정신적·육체적 주체성을 무시한 것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또 욕보인 주장에 검찰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할머니들한테 오롯이 자기 것인 주체성(생각대로 말하고 행동할 자유)이 있었다면, 이용수 할머니가 하고 싶은 말을 10년이나 참을 이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이 이제 와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주체성을 언급한 것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일본이 조선인을 전쟁에 내보낼 때 ‘자발적으로’ 갔다고 했고 그 ‘주체성’을 칭송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늘, 힘을 더 가진 대변자-권력자들”이라며 “할머니들의 ‘주체성’은 언제나 흔들린다. 주체성 자체를 권력자가 부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춘희 할머니도 살아생전 나에게 속 얘기를 털어놓으면서도 그 생각이 나눔의집에 알려지는 걸 두려워하셨다. 할머니들의 ‘주체성’이 결코 온전한 것일 수 없었던 증거”라고 덧붙였다.

정의기억연대와 윤 의원의 기부금 유용 논란을 제기했던 이용수 할머니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30여년 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일했던 윤미향이 기소됐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전혀 없다”고 언급했다. 지난 5월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에서 시작된 논란은 검찰이 윤 의원을 국고·지방 보조금 3억원 거짓 수령, 위안부 모금액 1억여원 횡령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