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완화 첫날 밤… 홍대거리 한산 “쓰레기도 없네요”

입력 2020-09-15 12:08
한 카페 직원이 지난 14일 밤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반값 방탈출’이라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정우진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된 첫날 밤 서울의 홍대거리는 아직 2.5단계 여파가 지속되는 분위기였다.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제한됐던 음식점은 정상영업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손님이 줄은 탓에 자영업자들의 걱정은 여전했다. 일부 식당은 젊은 손님들로 붐볐지만 길거리는 대체로 한산했다.

국민일보가 지난 14일 밤 돌아본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연남동 일대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줄어 여전히 생경한 풍경이었다. 2주간 이어졌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하향되면서 쥐 죽은 듯 조용했던 거리의 음식점과 술집들은 모처럼 불을 밝히고 노래를 크게 틀었지만 손님 하나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텅 빈 식당에 나와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는 점주들은 멍하니 거리를 바라보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홍대앞 ‘걷고싶은거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점주는 “단계가 완화된 건 다행이지만 손님이 없는 건 똑같다”며 “벌써 9시인데 저녁 손님은 아직 1명도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원래 새벽 2시까지 영업하지만 12시까지 지켜보고 일찍 닫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50석 규모의 넓은 식당이었지만 테이블 위엔 깨끗한 출입명부와 손소독제만 올려져 있었다.

인근의 다른 수제맥주집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맥주를 마시는 손님은 2명뿐인데 직원은 3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맥주집 사장은 “술집인데 9시 이후에 문을 닫으라니까 사실상 영업 중단 상태였고 오늘은 손님이 좀 올까 싶었지만 별반 다르지 않다”며 “거리두기 조치로 좌석을 빼 이미 매출 절반 넘게 줄었는데 앞으로 회복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시민들이 지난 14일 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정우진 기자


2.5단계 이전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던 홍대 거리도 여전히 한적했다. 청년들이 삼삼오오 짝지어 거리를 돌아다녔지만 식당이나 술집을 방문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거리에서 만난 마포구 소속 환경미화 직원은 “날씨가 선선한 요즘이 1년 통틀어 가장 사람들이 몰리는 시기인데 지금은 사람이 없으니 쓰레기도 별로 나오지 않는다”며 “작년엔 100리터 쓰레기봉투를 30장씩 들고다녀도 부족했는데 요즘은 5장도 다 못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소규모 음식점, 주점들이 들어선 연남동 일대도 조용했다. 맛집으로 소문나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는 게 일상이었던 한 식당 입구의 알림판엔 ‘현재 대기 0명’이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었다. 매장 한켠엔 치워 둔 의자가 쌓여 있었다. 직원 황모(31)씨는 “거리두기 때문에 좌석을 이미 5~6개 뺐는데도 웨이팅이 없었다”며 “오늘 저녁엔 손님 15명 받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밤 서울 마포구의 한 횟집에서 시민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 정우진 기자


대부분의 식당은 한산했지만 일부 고기집, 횟집 등에선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줄이 만들어질 정도로 손님들이 몰리기도 했다. 비좁은 식당 내부엔 손님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음식을 먹고 있어 사실상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포착됐다.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됐지만 시민들은 아직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경의선 숲길을 걷던 양모(27)씨는 “2.5단계가 풀려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나왔는데 9시도 안돼 일찍 자리를 파했다”며 “2주만에 기분을 내려고 왔지만 아직 늦게까지 먹고 마시는 걸 걱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