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문화계 코로나19 이후 ‘빙하기’

입력 2020-09-15 10:52 수정 2020-09-15 10:53

문화중심도시 광주지역 문화계가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대형 공연과 문화 축제 등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

15일 광주 문화계와 공연예술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2월부터 14일까지 지역 연극·뮤지컬·클래식·국악 공연 등이 무대에 오른 횟수는 289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 878회에 비해 32.9%에 불과했다.

공연 개막 편수 역시 40편으로 지난해 동기 134편보다 29.8%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광주지역 같은 기간 공연 매출액도 올해 3억7200만원으로 지난해 13억4200만원에 비해 27.7%에 그쳤다.

대표적 문화공연 시설인 광주문화예술회관의 경우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예정한 공연·예술 축제 ‘그라제 축제’를 전면 취소했다.

코로나19의 재확산과 공연장 휴관에 따른 것이다. ‘그렇지’라는 의미의 전라도 사투리 ‘그라제’를 내세운 이 축제는 올해 문화예술회관이 주관하는 가장 큰 축제다.

문화예술회관은 교향악단과 극단, 발레단, 창극단, 합창단 등 5개 시립예술단체가 모두 참여하고 민간예술단체가 가세해 대극장과 소극장, 잔디광장 가릴 것 없이 다양한 공연과 예술축제를 개최하려고 했다.

코로나19에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고 모처럼 문화공연 향유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금지·제한으로 논의 끝에 이를 포기했다.

문화예술회관은 대극장 기준 1만~5만원, 소극장 1만원 등의 티켓 발행을 전면 중단하고 이미 판매한 티켓은 환불 조치했다.

이와 함께 문화예술회관 주관 공연 4개를 포함한 기획·대관 공연 일정도 연기했다. 뿐만아니라 9월1일부터 전시할 예정이던 ‘경계의 공간’ 등 대부분 전시회도 10월 이후로 일정을 늦췄다.

광주공연마루에서 매주 5일씩 판소리, 민요, 한국무용 등 전통국악과 창작·퓨전 국악을 더해 공연해온 브랜드 공연인 ’광주국악상설공연’도 수개월째 관객을 맞지 못하고 있다.

광주지역 문화계가 ‘빙하기’를 맞으면서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사설 문화공연장도 늘고 있다.

광주 모 소극장은 14일까지 이어진 집합 금지 행정명령 등으로 6개월 이상 관객이 거의 끊기면서 임대료를 입금하지 못해 쫓겨날 처지다.

기분좋은극장·레미어린이극장·충장아트홀 역시 올해 단 한 차례의 공연을 열지 못해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이후 각 문화단체들은 영상·온라인을 활용한 비대면 공연으로 상당수 전환했으나 이마저 여의치 않다.

광주 북구의 한 국악단은 지난 4월 유튜브(Youtube)를 통해 비대면 공연을 시작했으나 영상 1편당 최소 200만~300만 원의 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2달 만에 영상 제작을 중단했다.

지난 14일 광주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행정명령은 준 3단계에서 2단계로 완화됐다. 이에 따라 실내 50명, 야외 100인 이하 공연이 조건부 허용됐다.

광주문화예술회관 성현출 관장은 ”코로나19 후폭풍으로 지역 문화·공연계는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며 “일년동안 공들여 준비해온 축제를 취소하게 돼 아쉽고 송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