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코로나 상황 진전” 이례적 긍정 평가…여행경보 ‘재고’로 낮춰

입력 2020-09-15 09:51 수정 2020-09-15 10:12
중국 베이징의 시민들이 지난달 29일 시내에서 물이 분수처럼 솟구치는 광경을 보면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과 쓰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보인다. AP뉴시스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최고등급인 ‘여행 금지’에서 한 단계 아래인 ‘여행 재고(Reconsider Travel)’로 14일(현지시간) 하향 조정했다.

미국은 중국의 최근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진전 상황이 보고되고 있다”면서 이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 때리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미 국무부가 중국에 대한 여행 경보 등급을 낮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유화적인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여행 경보 하향 조정은 국무부의 정책적 판단일 뿐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중국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19와 중국의 독자적인 현지 법 집행으로 인해 중국에 대해 ‘여행 재고’ 경보를 내린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홍콩에 대해서도 ‘여행 재고’로 하향 조정했다.

국무부의 여행 경보는 ‘일반적인 사전주의’, ‘강화된 주의’, ‘여행 재고’, ‘여행 금지’ 등 4단계로 돼 있다. 중국에 대한 여행 경보가 ‘여행 금지’에서 ‘여행 재고’로 낮춰진 것이다.

국무부는 “중국은 학교를 비롯해 대부분의 일상적 업무를 재개했다”면서 “중국 내의 다른 진전 상황도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그러나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티베트자치구를 거론하며 “보안 검사와 경찰력 증강 같은 추가적 보안 조치가 흔히 이뤄지고 통금금지와 여행 제한이 갑자기 내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또 “홍콩 국가보안법의 시행으로 중국은 홍콩에서 일방적이고 임의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중국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을 표명한 미국 국민들에 대해 체포·구금·추방·기소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콩을 방문하는 미국 국민들은 주변 상황을 잘 살피고 시위를 피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번 국무부의 여행 경보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3월 28일 중국은 영주권이나 외국 비자를 가진 외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면서 “지난 8월 10일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입국 제한 조치를 완화했으나 미국은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8일 “중국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중대하고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면서 승리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올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중국이 미국을 지배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민들의 ‘반중(反中) 심리’를 자극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