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왕리 만취 여성운전자 위험운전치사 구속영장 발부

입력 2020-09-14 21:29 수정 2020-09-14 23:13
만취상태에서 남의 벤츠 승용차를 운전하다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한 30대 여성이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30대 여성 음주 운전자 A씨(가운데)가 1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경인전철 인천역 인근 인천중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인천지법 이원중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인천중부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위반상 위험운전치사(윤창호법) 혐의로 A씨(33·여)를 구속했다.

앞서 A씨는 이날 오후 1시30분쯤 인천중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인천지법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검정색 롱패딩에 모자로 얼굴을 꽁꽁 싸맨 채 언론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A씨는 “사고가 난뒤 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느냐”, “왜 음주운전을 했나?”, “유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황급히 호송차에 탑승했다.


A씨는 지난 9일 오전 0시53분쯤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한 호텔 앞 편도2차로에서 만취해 벤츠 승용차를 몰던 중 중앙선을 넘어 마주 달리던 오토바이를 치어 운전자 B씨(54)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A씨는 을왕리해수욕장에서부터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 지점에서 중앙선을 침범했고, 마주 오던 B씨의 오토바이를 들이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고로 치킨 배달 오토바이를 몰던 B씨가 크게 다쳐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응급처치를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08%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 조사 중 “숨을 못쉬겠다”면서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해 두 차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 남자친구가 사고 당일 A씨의 지병과 관련한 의사 처방전을 전달하고, A씨가 “숨을 못 쉬겠다”는 등 증상을 호소하자 병원에 다녀오게 했다.



경찰은 또 벤츠 운전자에 함께 타고 있던 C씨(47)를 도로교통법상 위험운전치사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가 운전한 차량은 C씨의 회사 법인 차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와 C씨는 사고 전날인 지난 8일 오후 늦게 처음 만난 사이로 또 다른 남녀 일행 2명과 함께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숙박업소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당일 A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이 먼저 한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인해 오후 9시께 가게에서 나왔고, 이후 술을 사서 인근 숙박업소로 이동하자 A씨도 합류해 이른바 ‘2차’를 함께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숙박업소에서 술을 마시던 중 다툼이 있었고, A씨와 C씨가 일행 2명을 남겨둔 채 먼저 방에서 나와 벤츠 차량에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로 숨진 B씨의 딸이 가해자를 엄벌해 달라며 낸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57만명 넘게 동의했다.

B씨의 딸은 청원 글을 통해 “7남매 중 막내인 아버지가 죽었고 제 가족은 한순간에 파탄 났다”며 “일평생 단 한 번도 열심히 안 사신 적 없는 아버지를 위해 살인자가 법을 악용해 빠져나가지 않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날 A씨를 살인 혐의로, C씨를 살인의 종범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경찰청에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C씨가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조사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동승자인 C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11일 이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엄정한 수사를 지시하며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사고 관련자, 블랙박스, CCTV 등에 대해 면밀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