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디지털교도소’에 대해 사이트 폐쇄 대신 개별 신상정보 17건을 차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14일 회의에서 디지털교도소 관련 안건을 심의한 결과 웹사이트 전체 차단에 대해 ‘해당 없음’으로 의결했다. 통신소위 위원 5명 중 전체 접속 차단 의견은 2명, 반대 의견은 3명이었다.
통신소위는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전체를 폐쇄하는 건 과잉 규제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17개 세부 페이지는 차단하기로 했다. 신상정보가 공개된 이들의 상세 정보가 나오는 페이지다. 명예훼손 관련 페이지가 7개, 성범죄자 신상정보 관련 페이지가 10개다.
디지털교도소는 제보나 언론 보도를 통해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이름과 나이, 휴대전화 번호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해 왔다.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사안이나 SNS 제보를 통해 특정 인물의 신상을 올려 마녀사냥에 앞장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방심위는 지난 7월 경찰로부터 삭제차단 요청을 받은 지 두 달여 만인 지난 10일 안건을 심의했으나 디지털교도소 접속이 안 돼 심의를 미뤘다. 이후 지난 11일부터 웹사이트 접속이 재개되자 이날 긴급 심의를 진행했다.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 11일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누명을 썼던 사람들에 대한 사과와 향후 운영 계획 등을 담은 입장문을 올렸다. 자신을 ‘2대 운영자’라고 밝힌 인물은 “디지털 교도소가 현재 사적 제재 논란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고 사이트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대로 사라지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웹사이트”라고 주장했다.
또 “증거 부족 논란이 있었던 1기와는 다르게 완벽한 증거와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자료로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진행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업로드된 게시글 중 조금이라도 증거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차 없이 삭제했고 일부 게시글은 증거 보완 후 재업로드 예정”이라고 했다.
텔레그램 내 성착취 사건인 이른바 ‘n번방 사건’ 이후 운영을 시작한 디지털교도소는 성범죄 혐의자 등에 대한 제보를 받아 신상정보를 공개해왔다. 그러나 이 사이트에 올라왔던 일부 인물이 성범죄 혐의점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이 사이트에 등록된 한 고려대 재학생이 억울함을 호소하다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