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맞아? MBC 재시험 결정에 수험생 ‘분통’

입력 2020-09-14 17:47 수정 2020-09-14 18:04

최근 신입 취재기자 입사시험 논제로 논란을 빚은 MBC가 결국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언론 역사상 초유의 사태다. MBC가 매년 단 한번 진행하는 신입사원 공채를 두고 수준 이하의 문제를 내면서 애먼 지원자들은 시험을 한번 더 봐야 하는 지경에 놓였다. 지상파 방송사 답지 않은 민폐라는 지적이다.

MBC는 14일 공지문을 내고 “전날 공개채용을 위한 필기시험 및 논술시험을 실시했다. 그 중 취재기자와 영상기자 직군을 대상으로 한 논술 문제의 적절성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MBC 신입사원 논술시험 논제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고소인으로 칭해야 하는가(제3의 호칭이 있다면 논리적 근거와 함께 제시해도 무방함)’였다. 이후 지원자들을 중심으로 해당 문제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논란이 빚어졌다.


MBC는 “논술 문제 출제 취지는 언론인으로서 갖춰야 할 시사 현안에 대한 관심과 사건 전후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기 위함이었다. 어떤 호칭을 사용하는지 여부는 평가 사안이 아닐 뿐더러 관심 사안도 아니고, 논리적 사고와 전개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취지였다”고 밝혔다.

MBC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 출제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에 대해 사려 깊게 살피지 못했다. 문화방송은 이 사건 피해자와 논술 시험을 본 응시자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MBC는 사태 해결을 위해 재시험을 꺼내들었다. MBC는 “후속조치로 이번 논술 문제를 채점에서 제외하고, 기존 논술시험에 응시한 취재기자 및 영상기자에 한 해, 새로 논술 문제를 출제하여 재시험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논술 시험 일정에 대해서는 추후 공지할 방침이다. MBC 측은 “이번 일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 성인지 감수성을 재점검하고, 신뢰회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수험생들은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언론인 준비생들이 모이는 다음까페 ‘아랑’의 한 회원은 “수험생 시간은 시간도 아닌가? 재시험 본다는 걸 기사로 알아야 하나”라며 “애초에 이런 논란 불거질 거란 걸 예상도 못했느냐. 한 나라의 공영방송이 이런식으로 일처리 하는 게 그저 놀랍다”고 비판했다.

다른 회원도 “재시험 본다는 사실은 수험생에게 미리 알려야하는 것 아니냐”며 “채용공고 사이트에 공지 하나도 없다. 시험 당사자들을 놔두고 이미지만 수습하려는 MBC”라고 꼬집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