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매각 대신 오라클과 협력…핵심 알고리즘 못 넘겨”

입력 2020-09-14 17:46

틱톡이 매각 대신 오라클과 협력을 통해 미국의 규제를 뚫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미국 사업 매각 대신 오라클과 파트너십을 추진하려 한다고 14일 보도했다. 직전에 중국 매체들이 틱톡 매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 직후 나온 후속 보도다.

바이트댄스는 이를 통해 미국의 규제를 피하는 동시에 중국에는 유화정책을 펼치려 하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아직 해당 업체들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오라클은 바이트댄스의 기술 파트너로서 틱톡 미국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라클은 틱톡의 미국 사업에 있어서 지분 확보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바이트댄스가 여전히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을 보유한 가운데 오라클이 일정 지분을 인수해 운영하는 다소 복잡한 형태의 협력관계를 추진 중이라는 설명이다.

바이트댄스는 이에 앞서 틱톡을 매각하더라도 핵심 알고리즘은 매각이나 이전 대상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틱톡을 자동차에, 알고리즘을 엔진에 비유하며 “자동차는 팔아도 엔진은 팔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회사는 소스코드를 그 어떤 미국 매수자에게도 넘겨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다른 관계자도 오라클과의 협상은 틱톡의 “완전 매각이라기보다는 기업 구조조정에 더욱 가까운 좁은 범위”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술 기업이 틱톡의 미국 사업 대부분을 소유하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이런 조건에서의 거래를 승인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는 틱톡이 중국 정부에 개인정보를 유출한다는 의혹을 줄곧 제기하며 매각을 압박해왔다.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바이트댄스와 오라클 간의 협상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험은 없는지를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바이트댄스는 2년 전 중국 투자기업 오션와이드 홀딩스 그룹(中國泛海控股集團)이 미 생명보험사 젠워스파이낸셜을 인수할 때 CFIUS가 이런 방식을 승인해준 선례가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당시 오션와이드 홀딩스는 미국의 제3 업체가 젠워스 보험계약자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조건으로 이를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트댄스 측의 이 같은 조건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틱톡 매각 가능성은 사라지고, 미 정부가 매각 기한으로 제시한 15일 이후 미국 사용자들은 더는 이 앱을 이용할 수 없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