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정치에 잡히나 넘어서나… “스가, 지방표 60% 얻어”

입력 2020-09-14 17:31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14일(현지시간)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직후 두 팔을 벌려 인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뒤를 이어 ‘무파벌’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자민당 총재 자리에 오르면서 향후 일본 정치가 파벌 요소를 배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스가 장관은 2012년 12월 이후 8년 가까운 시간 동안 ‘아베 정권의 입’ 역할을 해 왔다. 아베 정부의 주요 정책을 총괄해 온 스가 장관이 아베 시대를 이어갈 후계자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문제는 스가 장관을 ‘아베의 후계자’로 만든 것도 아베 정권을 계승하기를 바라는 자민당의 파벌들이라는 점이다.

스가 장관은 현재 파벌을 기준으로 다케시타파와, 기시다파, 고가파 등에 몸담기도 했으나 2009년 9월 “파벌은 낡은 체질”이라며 고가파를 탈퇴한 것을 끝으로 어떤 파벌에도 속하지 않은 채 지내왔다. 선거 운동에서도 스가 장관은 “파벌 요소를 배제하고 개혁적인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인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번 총재 선거에서 스가 장관은 당내 7개 파벌 중 5개 파벌의 지지를 받아 초반에 승기를 잡았다. 파벌 정치 구도를 이용해 권력을 손에 넣은 것이다.

당장 15일로 예정된 자민당 간부 인사, 그리고 총리 취임 후 16일 출범시킬 새 내각 인사에 스가 장관을 지지한 파벌의 의중이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이 쏠린다.

스가 장관에게 표를 몰아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5개 파벌 지지 세력 가운데 당 지도부 및 조각 과정에서 인사 불만을 품는 세력이 나오면 출발 시점부터 정권이 삐걱거릴 수 있다. 스가 장관이 결국은 파벌 간 안배를 고려한 인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스가 장관을 지지한 최대 파벌 호소다파(98명)는 당내 2인자인 간사장 자리나 내각의 핵심인 관방장관을 원하고 있다.

스가 장관이 지방의 표심을 얻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를 바탕으로 파벌정치를 극복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가 장관은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지부연합회(지구당) 대표 141명이 행사하는 지방 표에서도 63.1%(89표)의 지지를 얻었다.

아사히 신문은 “대부분의 도도부현이 결과를 공표하고 있지 않지만 스가 장관이 홋카이도와 사이타마, 치바, 도쿄, 카나가와, 니가타, 와카야마, 야마구치 오키나와에서 각 3 표씩을 독식하고 아오모리, 미야기, 이바라키, 군마, 나가노, 기후, 시즈오카, 아이치, 교토, 오사카, 효고, 나라, 가고시마 등에서도 각 2 표씩을 얻어 전국에서 폭 넓은 지지를 받았다”고 이날 보도했다. 매체는 “지방의 표심이 스가 장관의 정권 운영 스타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현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확인된만큼 조기총선론도 힘을 얻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현 내각 지지율은 50%를 기록해 아베 총리 사임 발표 전인 지난달 22일 조사와 비교해 16%포인트 급등했다. 스가 장관 입장에선 지금이 총선에서 어렵지 않게 압승을 거둘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언론들은 내년 1월 정기국회 개원과 내년 3월 새 예산안 처리, 7~9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등 내년 10월까지의 주요 정치 일정과 국가적 행사를 고려할 때 다음달 25일이나 11월 1일, 11월 22일 등에 조기 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