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정신병력을 가진 전과자가 인적사항을 속인 채로 정자를 기증해 전 세계 아이 36명의 생물학적 아빠가 된 충격적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4일 영국 일간지 더 선에 따르면 크리스 아젤레스(43)는 종업원으로 일하던 2000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자이텍스 정자은행에 1주일에 2번씩 정자를 기증했다. 그는 정자 기증을 통해 생활비를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주일에 2번 정자를 기증할 경우 한 달 평균 1500달러를 받는다.
그가 23살부터 정자를 기증하면서 작성한 인적사항들은 대부분 거짓이었다. 아젤레스는 강도 혐의로 8개월간 수감됐던 전과자였으며, 조현병 진단을 받아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사실들을 숨기고 자신이 지능지수(IQ)가 160인 천재이며, 신경공학 학·석사 학위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속였다. 또한 아젤레스는 자신이 박사학위 취득을 준비 중이며, 4개 국어가 가능하다고 거짓 정보를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완벽에 가까운 가짜 스펙을 바탕으로 그는 정자은행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증자 중 한명이 됐다. 그는 불임·난임 부부들에게 자신의 정자를 기증해 세계적으로 36명 아기의 생물학적 아빠가 됐다.
그러나 2014년 자이텍스 정자은행이 아젤레스의 정자를 기증받은 가족들에게 실수로 그의 이름과 이메일이 적힌 서류를 보내면서 그의 가짜 이력이 들통났다. 아젤레스로부터 정자를 기증받은 가족들은 호기심에 그의 이름과 이메일을 인터넷에 검색했다. 그리고 그가 온라인에 남긴 댓글을 통해 아젤레스가 대학원생이 아니며, 인적사항을 모두 꾸며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이 가족들은 아젤레스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당황한 아젤레스는 경찰서를 찾아가 자신이 허위 사실을 기재해 정자를 기증했다고 자수했고, 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사건이 일단락되고 6년이 지난 최근 가짜 스펙을 바탕으로 인기 기증자가 된 아젤레스 사건이 뒤늦게 화제가 됐다. 아젤레스가 음성녹음 파일을 인터넷에 올려 아기와 그 가족들에게 공개적인 사과의 말을 전했기 때문이다.
그는 “관련된 가족들과 특히 아기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들의 신뢰를 저버렸으며, 나는 정말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고 과거의 잘못을 언급했다. 이어 “그들이 나를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불완전했지만 악의적이지는 않았다”며 “언젠가 나의 아이들을 최소 몇 명이라도 만나보고 싶다”는 희망 사항을 전했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