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26)씨는 14일 오전 6시30분 눈을 뜨자마자 헬스장으로 나섰다. 그는 “2주 만에 운동을 하니 속이 다 시원하다”며 “평범한 일상이 멈춰 답답했는데 이제야 삶이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방역 당국이 이날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2단계로 완화하면서 생활편의시설 곳곳이 다시 문을 열었다. 다만 감염 불안 탓인지 시민들의 발길이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았다. 거리두기 완화에도 자영업자의 고충은 여전했다.
이날 오전 8시 서울 강북구 헬스장에는 수십 개의 운동기구가 무색하게 직장인 세 명만 마스크를 낀 채 운동을 하고 있었다. 거리두기를 위해 러닝머신도 10대 중 3대만 운용됐다. 김씨도 감염 걱정에 혼자만의 ‘방역 기준’을 세워왔다고 했다. 그는 “탈의실과 샤워실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운동복을 가져왔고, 집에서 씻으려 최대한 땀 나는 운동을 안했다”고 했다.
휴업 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에 자영업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북구 미아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40대 조모씨는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날 0시부터 가게 문을 열었으나 오전 9시에야 첫 손님을 받았다. 조씨는 손님에게서 받은 충전금액 1만원을 손에 쥔 채 “하루종일 수십 대 컴퓨터를 가동하는데 이 돈으로 전기료, 에어컨값이나 나오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맞은 편 PC방에서 일하는 이모(28)씨도 “9시간 동안 2만9500원 벌었다”며 매출이 찍힌 모니터를 가리켰다. “매출의 70%가 미성년자고, 80%가 컴퓨터 이용값이 아니라 음식값에서 나오는데 정부가 미성년자 입장·취식 금지를 강제해 놓고 고위험시설에서 해제했다고 생색내는 게 어이가 없다. 사실상 영업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헛웃음을 지었다.
다만 오랜만에 일을 하게 된 아르바이트생들은 완화조치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이씨는 “사장님 입장에서는 힘들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일을 거의 한달간 쉬니 보증금에서 월세를 깎아 내야 하는 위기로 내몰렸다”며 “거리두기가 언제 풀리는지 매일 찾아보며 하루하루 얼마나 초조했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개인 카페로 잠시 이사했던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다시 프랜차이즈로 모여들었다.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에는 이날 오후 책을 보고 노트북을 쓰는 사람들로 빼곡히 차 있었다. 큰 책상에 모여앉은 직장인 넷이 떨어트려 놓은 의자를 붙여두고 마스크를 벗은 채 회의를 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내부 곳곳을 돌며 “마스크 착용 부탁드립니다”를 외쳤다.
‘반짝 호황’을 누렸던 개인 카페들은 다시 움츠러든 경기를 실감했다. 서울 성북구 카페에서 일하는 김모(24)씨는 “지난 2주간 손님이 늘었는데 오늘부터 프랜차이즈 카페가 다시 여는 걸 확 체감한다”며 “지난주 이 시간에 7~8명은 앉아있었는데, 지금은 한 명뿐”이라고 전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