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매각을 위해 최근 직원 605명을 해고한 이스타항공이 회사 안팎으로 확대되는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책임론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조만간 인수 의사를 보인 기업 8곳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열 계획인데 ‘이상직 책임론’ 후폭풍 속에서도 재매각이 순항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을 모은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14일 이스타항공 고위관계자 김모씨가 ‘이스타항공이 이 의원의 것인지 사람들이 몰라야 회사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녹음 파일을 공개하며 이 의원에게 대량해고 사태의 책임을 묻는 폭로를 이어갔다. 김씨의 이 발언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되기 전인 지난 7월 조종사노조 수석 부위원장과의 대화에서 나왔다고 한다.
녹음 파일에서 김씨는 “이 의원이 (자금 문제를) 풀려고 돌아다녀야 하는데 (정부 관계자들이) 부담스럽다고 만남을 피하는 상황”이라며 “(노조만) 조용히 하면 국민은 이스타항공이 지원을 받았는지, 이 의원의 회사인지 모른다. 조용히 (지원금을) 받았어야 했는데, 우리가 오히려 불을 키워버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자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 의원은 같은 고향 출신에 (이 의원이 김 장관을) 누님이라고 부르는 사이”라며 친분도 강조했다.
박이삼 노조위원장은 “대량해고 이후 딸이 상무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이 의원은 현재 이스타항공과 관련이 없다는 듯 행동한다”며 “그러나 녹취에도 나와 있듯 이스타항공은 이 의원의 소유”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 의원이 사재라도 출연해 대량해고와 경영 부실화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씨는 “제주항공과의 딜이 깨지기 전 창업주가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이를 설명하다가 나온 말”이라고 반박했다.
노조의 이번 폭로는 이 의원이 지난 11일 낸 해명문을 재반박하는 차원이다. 당시 이 의원은 “창업주로서 어려움에 빠진 이스타항공을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내 재산은 회사원으로 직장생활을 하던 20여년 전 내 집 장만 차원에서 마련해서 지금까지 거주해온 32평 아파트가 전부다. 공직자재산신고 과정에서 비상장 상태인 이스타항공 주식 가치가 더해지면서 212억원으로 부풀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종사노조는 지난주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직원들을 선거인단 모집에 동원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한 이후 연일 이 의원과 경영진을 공격하는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노사 갈등으로 시작된 ‘이상직 책임론’은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영·최승재·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은 편법 재산 대물림과 차명주식 논란, 각종 횡령 등 모든 의혹과 고발사건에 대해 숨김없이 진실을 밝혀달라”며 “직원들은 희망퇴직, 무급 휴직에, 체불임금 포기 등 힘겹게 하루를 버텨내고 있는데 집권 여당의 재선 의원이자 재산 212억원을 신고한 이 의원은 모든 짐을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간 침묵했던 여권도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의원은 창업주이자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과 회사 직원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 당은 이스타항공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스타항공 사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창업주 책임론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진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의 재매각이 신속하게 성사될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 물류와 여행업 관련 기업 및 사모펀드 8곳이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관사는 조만간 8곳을 대상으로 투자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