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이 페미니스트들에게 ‘구조요청’ 보낸 웹툰
“저희조차도 평소 ‘헬퍼’의 여성혐오적이고 저급한 성차별 표현에 진저리가 날 정도였고 특히 이번 9일에 업로드된 할머니 고문 장면은 정말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기에 제보한 것입니다.”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헬퍼’ 갤러리에 지난 10일 ‘여혐논란으로 오신 분들은 이 글을 읽어주세요’라는 공지글로 올라온 게시물 내용이다. 네이버웹툰 ‘헬퍼2’에 대해 팬들이 직접 올린 비판 글이었다. 이들은 “이런 성차별적인 웹툰이 19금이라고 해서 네이버라는 초대형 플랫폼에 아무런 규제 없이 버젓이 연재되는 것은 저희 남성들이 보기에도 분명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웹툰의 여성 혐오적이고 폭력적인 설정에 대한 비판은 대중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헬퍼’는 2011년 10월부터 ‘삭’이라는 필명의 작가가 그린 9년간 네이버에서 연재된 웹툰이다. ‘헬퍼’는 2012년 1월 시즌1을 끝냈고 2016년부터 매주 수요일 시즌2를 연재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의 ‘헬퍼 마이너 갤러리’는 지난해 2월에 생겼으며 만화의 내용을 분석하고 작가에 대해 추측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모든 이용자를 분석할 수 없지만 갤러리 내 이용자 중 ‘헬퍼’를 시즌1부터 정주행하고 작품을 오랜 기간 사랑해 온 독자들이 많은 것으로 추측된다.
커뮤니티에 문제를 제보한 다른 이에 따르면 ‘헬퍼’는 남성이 여성을 강간하거나 강간미수인 장면이 수차례 나오고, 살해와 고문 장면들이 지나치게 잔인하게 묘사돼 있다. 또 작품 속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들이 성을 대가성으로 이용하거나 남성 캐릭터에 의해 상품화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BTS의 RM, 아이유, 위너의 송민호 등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한 웹툰 캐릭터들이 작품 속에 등장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망신창이 피바다’가 부른 나비효과
독자들은 작품을 긴 시간 동안 사랑하고 품어왔지만 “더는 못 참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발의 도화선이 된 것은 최근 유효회차다. 주인공 장광남의 할머니 ‘피바다’를 알몸으로 구속하고 약물을 주입하는 고문 장면이 나오는 등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에 독자들의 불편함이 극에 달했다는 추측이다.
문제의 회차가 올라온 이후 9일 커뮤니티에서는 “속 울렁거려” “진짜 역겹다” “피바다는 정말 멋진 캐릭터였는데” “독자들이 감정이입 하는 캐릭터를 이런 식으로 망가뜨릴 수 있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후 SNS에 웹툰의 총체적 문제들이 공론화되면서 ‘#웹툰내_여성혐오를_멈춰달라’ ‘#종이인형이_세상을_바꾼다’ 등의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네이버 웹툰, 문제 심각성 인지하는지 의심”
논란 이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팬들 사이에서는 “네이버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네이버 웹툰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자체적으로도 웹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상시 강화하고 있다. 향후 더 섬세하게 보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 누리꾼은 네이버 웹툰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가이드라인 강화”를 대안으로 내밀었다고 커뮤니티를 통해 밝혔다. 이어 “맨날 강화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뭘 강화한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 14일 오전 커뮤니티에는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는 거냐’며 네이버 웹툰이 앱을 통해 완결 난 ‘헬퍼1’을 광고하는 화면을 캡처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네이버 웹툰 측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울지 의심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웹툰작가, 논란 이후 ‘권선징악’ 게시물 올려
헬퍼2의 작가인 삭은 문제가 된 247화가 공개된 이후 개인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웹툰 조회 수 1위 인증사진’을 올려 웹툰의 건재함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후 헬퍼2의 여성혐오 논란 이후인 지난 11일에는 인스타그램에 ‘권선징악’이라는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독자들은 ‘문제를 제기한 독자들을 고소하겠다는 건가?’ ‘작가에게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이냐’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네이버 웹툰 측은 국민일보에 지난 11일 “작가의 입장에 대해서는 대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웹툰 이용자분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전달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한편 ‘헬퍼’ 논란은 지난달 기안84의 ‘복학왕’ 여성혐오 논란 이후 한 달 만이다.
송다영 인턴기자